지난해 초 경기도 한 사립학교의 교사 채용 면접현장. 여느 면접장과 달리 유독 한명의 지원자에게는 거의 질문이 나오지 않았다. 이 지원자는 바로 이 학교 교장 A씨의 딸 B씨였다. 기가 막힌 건 이 면접장에 버젓이 B씨 아버지인 A교장도 면접관으로 참석했다는 점이다. 3차 면접 전까지 B씨는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 우수한 점수를 받지 못했다. 이 학교는 윤리과목 교사가 퇴직한 뒤 4년간 정교사를 뽑지 않았다. 하지만 신규교사 채용 직전 윤리과목을 없애는 대신 철학과목을 신설해 교사 채용공고를 냈다. 학교는 채용 조건에 '교육대학원 수료 과정을 거친 사람도 졸업과 동일한 가산점을 준다'는 항목까지 신설했다. 공교롭게도 응시자 가운데 B씨만이 철학대학원 수료 과정을 거쳤다. B씨는 가산점을 받고 면접까지 올라와 당당히 교사로 채용됐다.
"돈도 실력이야. 억울하면 니네 부모를 원망해."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가 본인 페이스북에 올린 한마디는 꿈을 좇는 대한민국 젊은이들에게 씻기 힘든 상처를 안겨줬다. "달그락 '훅' 하면 쉽게 된다"는 정유라의 리포트 글귀처럼 금수저들은 무소불위의 힘을 등에 업고 손쉽게 승승장구한 반면 흙수저 청년들은 '흙 심은 데 흙 난다'는 현실에 절망하며 낙담했다. 문제는 이같은 금수저들의 반칙과 새치기가 비단 최순실 사건뿐만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다는 점이다.
매일경제 기획취재팀이 감사원에서 지난 2011~2016년까지 6년간 내놓은 '정부부처 및 공공기관의 채용 및 입시비리 감사결과'를 심층 분석한 결과 적발된 채용비리는 339건, 입시비리는 23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기관별로는 공공기관 등 기타기관이 182건(50.3%), 지자체 102건(28.2%), 국가기관 55건(15.2%), 교육자치단체 23건(6.4%) 순이었다. 소관 관청별로는 서울시와 경기도가 각각 27건으로 가장 많았고 정부 부처 중에는 교육과학기술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각각 12건으로 가장 많았다. 중앙부처 지차체 공공기관 가릴 것 없이 사회 곳곳에서 힘들여 올라가려는 흙수저 청년들의 사다리를 걷어 차버리는 반칙이 횡행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런 반칙이 적발돼도 징계가 '솜방망이' 수준에 그쳤다는 점이다. 매일경제가 감사원 적발에 대한 사후 조치 결과를 추적한 결과, 6년간 정부부처 및 공공기관에서 적발된 채용·입시비리 362건 가운데 수사기관에 고발하거나 수사를 요청한 것은 5건(1.4%), 징계문책한 것은 51건(14.1%)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주의·통보 등 경징계에 그쳤다.
전 이사장과 교직원들이 공모해 금수저 자녀 특혜채용이 적발된 양천고 사례도 마찬가지였다. 검찰이 양천고 사학비리의 몸통으로 지목한 정 모 전 이사장은 과거 2011년에도 사학비리를 저질러 교육청에서 재단 이사장 승인 취소 처분을 받았지만 여전히 학사운영 보고는 물론 최종 결정권을 행사해왔다. 검찰 관계자는 "사립학교법상 비슷한 사태가 재연돼도 교육청이 전횡을 막을 현실적인 수단이 거의 없다"고 털어놨다.
누구보다 공정성을 지켜야 할 법무부 산하 공기관도 특정인을 위한 '채용 프리패스'라는 편법을 저질렀다. 법무부 산하 이민정책연구 및 교육기관인 IOM이민정책연구원은 2년 전 연구원급 영문에디터를 공개 채용할 당시 A원장(61) 지시로 애초 5명의 서류전형 합격 추천자 명단을 돌연 뒤집었다.
A원장이 "외국에 오래 거주해 영어실력이 뛰어나다"며 B씨(26·여) 등 2명을 합격 추천자 명단에 넣으라고 지시한 것. "금메달을 갖고온 학생을 뽑아라"며 정유라의 합격을 종용했던 이화여대 모 교수와 꼭 빼닮았다. 그러나 B씨 등 2명은 통역대학원 석사학위를 수료하지 못해 응시자격조차 없었다.
채용 담당자는 "자격 요건에 맞지 않는다"며 거세게 항의했지만 A원장
[기획취재팀 = 이지용 팀장 / 서태욱 기자 / 연규욱 기자 / 유준호 기자 / 황순민 기자 / 양연호 기자 / 임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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