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결국 파산…40년 만에 역사 속으로

한국 원양 해운업의 시초인 한진해운이 회생절차를 중단하면서 결국 40년 만에 역사 속에서 사라지게 됐다.
서울중앙지법은 2일 "한진해운의 주요 자산 매각 절차가 마무리된 만큼 회생절차를 폐지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31일 한진해운이 회생절차를 신청한 지 5개월 만이다.
법원은 채권자 의견 조회를 포함한 2주간의 항고 기간을 거쳐 오는 17일 파산 선고를 내릴 예정이다. 하지만 항고 기간은 사실상 형식적인 절차여서 이미 파산 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한진해운은 지난 1977년 고(故)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가 국내 최초의 컨테이너 전용선사로 설립했다.
출범 이듬해인 1978년 중동항로를 개척한 데 이어 1979년 북미서안 항로, 1983년 북미동안항로를 연달아 개설하면서 한국 컨테이너 해운업계의 시초로 자리매김 했다.
1986년에는 경기 불황에 따른 적자 누적으로 인해 첫 경영 위기를 맞았으나 조 회장이 경영 혁신과 구조조정을 통해 가까스로 위기를 극복했다.
1988년 대한상선(대한선주)을 합병해 국내 '1호 선사'가 된 한진해운은 1992년 국내 최초로 4000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인 '한진오사카호'를 띄웠다.
이후 미국 시애틀, 롱비치를 비롯한 주요 항만에 전용 터미널을 세우고 1995년 거양해운, 1997년 독일 2위 선사 DSR-Senator를 인수하면서 회사 몸집을 키웠다.
조 회장이 지난 2002년 11월 타계하자 셋째 아들인 조수호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섰고 해운업이 호황이던 2000년대 중반까지도 5750TEU급의 컨테이너선을 잇달아 인수하며 순항했다.
하지만 조수호 회장이 2006년 지병으로 별세하자 한진해운에 두 번째 위기가 찾아왔다.
조 회장의 부인인 최은영 회장이 직접 경영 일선에 나서 여성 최고경영자(CEO)로 주목받았으나 글로벌 해운업 장기침체를 맞이하면서 회사의 유동성 위기는 커졌다.
최 회장은 결국 시숙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회사 지분과 경영권을 넘기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조양호 회장은 2014년부터 한진해운의 경영 정상화에 매진했으나 해운업 장기 불황 속에서 경영난을 이기지 못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4월 25일 자율협약을 신청한 한진해운은 채권단의 자구책 요구를 끝내 충족하지 못해 자금 지원이 중단되자 같은 해 9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법정관리 이후 바다 위 한진해운 선박이 운항을 멈추고 세계 곳곳의 항만에서 압류되면서 이른바 '물류 대란'이 벌어졌다.
결국 국내 1위, 세계 7위 선사였던 한진해운은 인력과 주요 자산을 매각하고 파산이라는 운명을 맞게 됐다.
[디지털뉴스국 박소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