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스터 인형 다이소에서 2000원이랍니다. 인형뽑기방 이젠 가지마세요."
이달 초 온라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 계정에 올라온 게시물이 인터넷 사용자들 눈을 사로잡으며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 게시물에는 포켓몬 인형들 사진과 함께 '다이소'에서 오는 2월14일부터 이 인형들을 2000원에 판다는 글이 써 있었다. 이 글에는14만개의 댓글이 달렸고, 7만명의 이용자가 '좋아요'를 눌렀다. 5500건이 '공유'되며 SNS 공간에서 빠르게 퍼졌다.
몇만원씩 인형뽑기 기계에 투입하고도 번번이 허탕치던 인형뽑기 매니아들은 동네 다이소로 몰려 들었다. 그러나 이 게시물은 '가짜정보(Fake Info)'로 드러났다. 다이소 측은 "SNS에 떠도는 글로 인해 매장마다 문의 전화가 폭주해 영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며 "포켓몬 인형을 2000원에 판매한다는 글이 인터넷을 통해 알려지고 있는데 이는 허위사실"이라고 대응했다.
이 게시물에 올라온 사진 속 인형은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최소 1만원 이상을 호가하는 상품이다. 이런 제품을 2000원에 판다는 사실이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지만, 인터넷 사용자들은 이 정보를 그대로 믿었고 결국 일종의 여론으로 형성됐다.
이런 허위정보를 생산하는 배경은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SNS 운영자들 사이엔 "많은 사람들이 '좋아요'를 누르고 팔로워들이 늘어가면 관심 뿐만 아니라 광고나 계정을 팔 수 있는 등 금전적 이득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결국 한 개인이 의도를 가지고 올린 정보가 온라인에 광범위하게 퍼질 수 있고, 이 과정에서 SNS 이용자들은 가짜정보를 이를 유통·재생산하는 '전달자'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 온라인 세상의 한 '단면'인 것이다.
문제는 이처럼 한번 퍼진 '가짜정보'가 쉽게 수정되기 어렵고 장기간 유통된다는 사실이다. 21일 매일경제가 온라인 포털 '네이버'와 '다음' 등에서 '포켓몬 인형'을 검색해보니 여전히 다이소에서 인형이 2000원에 판매되고 있다는 게시물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페이스북 등 SNS을 중심으로 확인되지 않은 '가짜정보'가 계속 퍼지면서 많은 인터넷 이용자간 혐오를 부추기는 사례도 적지않다.
온라인에서 생산된 가짜정보를 기반으로 '가짜뉴스(Fake news)'가 만들어지고, 이에 대한 검증과정 없이 무분별하게 퍼져 가짜여론(Fake public opinion)으로 확산되는 구조다. 문제는 이렇게 잘못된 정보를 기반으로 한 여론이 사회 갈등을 부추기는 등 불필요한 비용을 초래하고 있다는 점이다.
잘못된 통계자료를 근거로 '남성 절반이 성매매를 했다'는 왜곡된 정보가 생산돼 '남혐(남성혐오)' 여론의 단초가 됐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앞서 지난 2010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여성가족부의 의뢰를 받아 '성매매 실태조사'라는 연구자료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한국 남성의 49% 가량이 성매매 경험이 있다'는 결론이 나왔고, 관련 내용이 온라인을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일부 여성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다수 커뮤니티에 "한국 남자 절반이 성매매를 한다더라"는 식의 내용이 퍼졌고, 비난 여론 확산을 주도했다.
그러나 이후 이 통계는 조사방법론의 오류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통계는 일반유흥주점업, 마사지업 등 성매매 알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생각되는 8개 업종 사업체 관계자를 모집단으로 작성됐다. 결국 성매매 가능업소를 모집단으로 하는 표본조사가 대표성을 저하시키며, 조사방법의 객관성도 떨어뜨린다는 문제가 지적돼 통계청은 관련 통계승인을 취소했다.
당초 2007년에 얻은 통계작성 승인이 취소되면서 같은 방법으로 조사한 2010년과 2013년 통계도 '국가승인통계'로 인정받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온라인에는 이 통계를 인용한 글이 유통되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페이스북에서는 이 통계를 기반으로 한 "한국 남자 절반이 성매매를 한다더라"는 식의 내용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잘못된 정보가 만든 왜곡된 여론이 사람들의 인식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사실 유무를 떠나 정보가 빨리 유통되고 다수에 노출될수록 가짜 여론이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곽금주
[서태욱 기자 / 임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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