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선조는 흑인 노예를 사들여 잔혹하게 일을 시킨 악덕 농장주였다'
'내 외증조부는 일제강점기 시절 친일 단체의 이사로, 광산사업으로 번 막대한 자금을 일제에 헌납했다'
헐리웃 영화배우였던 오드리 햅번과 베네딕트 컴버배치 그리고 한국의 영화배우 강동원, 이 세 사람이 한 말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한 명은 평생을 봉사하며 살았고, 또 한 명은 흑인 노예 이야기를 다룬 영화에 출연했으며, 나머지 한 명은 부끄러운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역사 공부를 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사죄했죠.
선조들의 행위를 몰랐다느니, 그들도 후엔 잘못을 뉘우쳤다느니 같은 그 어떤 변명도 없이 말입니다.
그야말로 군더더기 없는 쿨한 이들의 사죄는 일부 비판은 있었지만, 많은 대중들에게 인정을 받았고 용서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들의 얘기가 알려진 이유, 우리나라 대부분 사람들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지요.
특히 사회 지도층은 조상의 친일 행적이 드러나면 절대로 인정하지 않는 건 기본, 오히려 미화하는 경우까지 있습니다. '조상의 죄가 내 죄는 아니지 않느냐', '연좌제는 이미 폐지됐다' 등등 말이죠.
'장인이 좌익 활동을 했다고 아내를 버려야 하느냐'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시절에 한 말, 기억하실 겁니다. 죄를 인정하며 한 이 말 한 마디로 모두가 숙연해졌죠.
역사 앞에선 그 어떤 변명도 필요없습니다. 단지 죄를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만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게 자신을, 그리고 그 후손을 떳떳하게 만드는 유일한 방법임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는데, 그들은 왜 모르는 걸까요. 소위 더 배우고, 더 많이 가졌다는 그들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