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에서 밤샘 조사를 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은 22일 오전 7시 6분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으로 돌아왔다. 전날 오전 9시 15분께 집을 나서 검찰청사로 향한 지 21시간 51분만에 귀가한 것이다.
22일 오후 6시 55분께 박 전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 출입문에서 검정색 에쿠스 차량에 올라탔다. 21시간 30분에 달하는 검찰조사에도 박 전 대통령의 올림머리는 흐트러짐이 없이 단정했다. 그의 얼굴은 화장을 고친 듯 피부톤은 밝은 편이었고, 표정은 덤덤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는 예상보다 이른 전날 오후 11시40분께 끝났지만, 변호인단이 조서를 거듭 검토하느라 귀가 시간이 늦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에서 밤을 지새웠던 친박단체 회원들은 박 전 대통령의 차량이 나오자 태극기를 흔들며 "탄핵 무효", "대통령을 풀어줘라" 등 구호를 외쳤다.
검찰청사 문을 나선 박 전 대통령의 차량은 사저 방면으로 향했다. 박 전 대통령이 탑승한 에쿠스 리무진과 앞뒤 경호 차량이 4대로 늘어서 행렬을 만들었고, 그 뒤로 경찰 오토바이 10여대와 경찰차량, 방송사 취재차량 다수가 뒤따랐다.
박 전 대통령의 귀갓길은 검찰에 출석할 당시 이용했던 코스가 아닌 올림픽대로 쪽으로 이뤄졌다. 차량 행렬은 반포대로를 거쳐 경찰이 교통 통제를 해 놓은 올림픽대로로 진입해 영동대교 남단으로 빠져나온 뒤 청담로터리와 삼성중앙역 방면으로 약 11㎞ 거리를 달려 11분 만에 자택에 도착했다.
에쿠스 차량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 인근에 도착하자 지지자들이 태극기를 들며 환호했다. 에쿠스 차량이 사저 차고 앞에 멈추자 경호원이 뒷문을 열었고, 박 전 대통령이 모습을 드러냈다.
사저 앞에는 서청원·윤상현·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 등이 박 전 대통령이 도착하기 전부터 마중을 나와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은 자택 앞에서 기다리던 측근 정치인들에게 미소로 화답하며 "왜 나오셨나. 안 오셔도 되는데"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통령은 사저 주변에서 자신을 응원하는 친박단체 회원들에게 두 차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기도 했다. 조사 뒤의 심경이나 감사하다는 메시지는 남기지 않고 곧장 사저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곳 인근을 지키던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그가 사저로 들어간 후에도 자리를 떠나지 않고 "대통령님 사랑합니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일부 지지자는 박 전 대통령의 이름을 부르면서 오열했다. 박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마치고 귀가한 지 3시간여가 지난 오후가 되자 사저 인근은 평소와 달리 한산했다. 자택은 모든 창문에 커튼이 내려져 있었고, 내부 분위기도 조용했다.
이들은 밤샘조사를 받은 박 전 대통령이 편하게 휴식을 취해야 하는데 자신들의 응원이 방해가 될 수 있다며 조기귀가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태욱 기자 /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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