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비슷한 시기에 잇따라 요금을 인상하면서 담합의혹과 함께 '무늬만 저가항공'이란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LCC 요금 인상은 대한항공 자회사인 진에어가 물꼬를 텄다. 지난 1월 국내선 항공료 3~5%를 인상했다.
김포~제주 주말 요금이 7만6000원에서 8만원, 성수기와 탄력 할증 요금은 9만3000원에서 9만7700원으로 올랐다.
진에어 뒤를 이어 요금인상 대열에 합류한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에어부산 역시 김포~제주 노선 요금은 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LCC측은 2012년 이후 동결된 국내선 운임을 물가상승분 등을 반영해 인상했다고 밝혔지만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상회하는데다 영업이익이 대부분 증가 추세여서 민심을 얻지 못하고 있다.
실제 항공요금 인상율을 2010년과 비교해 보면 제주항공의 경우 주중 19.9%, 주말 22.8%, 성수기는 24%가 인상됐다. 이스타항공은 주중 14.2%, 주말 18.4%, 성수기 21.6%를 올렸다.
2010년부터 올해 3월까지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14.2%임을 감안하면 훨씬 상회하는 수치다.
경영실적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로 보기도 어렵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공항의 영업이익은 584억원, 진어에는 523억원, 에어부산 359억원, 티웨이항공 126억원, 이스타항공 64억원이었다. 지난해 하반기 출범한 새내기 LCC 에어서울이 -216억 원을 기록했을 뿐이다. 2010년 제주항공 영업이익은 -60억원, 진에어는 26억 원이었다.
문제는 LCC 요금이 대형항공사 요금을 턱밑까지 따라잡으며 '저가(低價) 메리트'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
제주~부산 노선의 경우 대한항공 대비 LCC 요금 비율은 성수기 93.9%~96.4%, 주말 90.3~95.9%, 주중 84.2~93.8% 수준이다. 김포~제주 노선도 성수기 요금은 대한항공 대비 88.8~91.5%다.
저가항공이 첫 출범한 2006년, 대한항공 대비 제주항공의 요금이 70%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20%포인트 안팎이 증가했다.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관광산업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도 항공사들은 동시에 항공료를 인상하고 있다"면서 "정부는 행정지도 또는 개선명령을 통해 이를 철회하고, 담합여부를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 의원은 "저가항공 출범으로 기대가 컸지만 요금인하 효과는 점점 줄어들고 항공사의 소비자에 대한 우월적 지위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면서 "요금인상 통제방안 마련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LCC에 이어 아시아나항공은 오는 18일부터 국내선 관광노선의 항공료를 평균 5% 수준으로 인상한다. 대한항공도 비슷한 수준의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국적 항공사 요금 인상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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