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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집에 아이를 보낸지 이틀 정도 됐을 때였다. 선생님에게 휴대전화 번호를 물어봤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적응을 잘하는지 궁금해 얘기를 나누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단박에 거절을 당했다."어린이집으로 전화를 하면 되고요. 아니면 '키즈00'을 통해 얘기 나누면 되요"라는 대답과 함께 말이다.
약간 무안했지만, 그렇게 다운로드를 받게 된 알림장 앱은 현재 포털이나 쇼핑 앱을 능가할 정도로 내 휴대전화에서 활성화되고 있다. 어린이집에 있는 아이의 모습과 생활 이야기에 대해 선생님과 실시간으로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유난스러운 엄마가 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하루종일 아이와 떨어져 있다보니 자연스럽게 앱에 새 글이 뜨면, 아이의 사진이 올라오면 제일 먼저 확인했다. 그리고 번개처럼 댓글을 달았다. "우와, 너무 기특해요, 혼자 밥을 잘 떠먹었군요", "하루가 다르게 큰다는 말은 이럴 때 하는 말 같아요. 감사해요 선생님", "어린이집에 다니면서 말이 부쩍 늘었어요." "어린이집 생활 소상히 전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등등.
평소 같으면 잘 하지 못할 리액션이나 어떻게든 내 아이를 처음 돌봐주는 선생님께 힘을 실어드리고 싶었다. 단체생활을 처음 시작한 아이에게 누구보다도 엄마가 열심히 응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휴지를 찢으며 놀고 있는 아이 모습에 나 역시 안도하고, 악어 인형을 들고 함박웃음을 짓는 사진 한 장만 봐도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알림장이 꼭 내 기분을 '업' 시켜주는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선생님이 선택해 표시할 수 있는 아이의 기분 상태가 나쁨이라고 체크 된 날이 늘면서다.
'좋음', '보통', '나쁨' 중에 도대체 얼마나 아이의 기분이 나빴길래 나쁨이라고 표시한 것일까. 등하원을 시키며 전해들은 얘기에 따르면 우리 아이가 유독 체육이나 음악 등 특별활동을 하는 날이면 더 많이 운다고 했다. 한번 울기 시작한 울음이 그치지 않아 다른 아이들 활동에 방해가 될 정도라고 했다. 결국 특별활동을 하지 못하고 선생님과 함께 다른 방에 따로 머물러야만 했다는 얘기까지.
속상했다. 나와 있을 땐 그렇게까지 운 적이 없었는데...어린이집에 다닌 지 한달이 넘어가는데 우는 아이는 우리 아이 뿐이란 얘기도 들었다. 혹시 아이가 엄마와의 분리불안을 느낄만한 어려운 일이 있었냐는 질문을 받았다. 하아...이런 질문에는 어떻게 적어야하는 것일까? 어떻게 말해야 우리 아이가 이상이 없고, 사랑을 충분히 받고 자랐으며, 곧 적응을 잘 할 것이란 믿음을 심어줄까?
그 때부터였던 것 같다. 아이와, 또 선생님과 즐거운 추억을 쌓아야 할 알림장은 한글자 한글자를 적는 게 부담스러운 공간이 됐다. 계속 우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야하는지란 회의마저 들었다.
실제 등원을 시작한지 한 달 정도 지나면, 적응을 잘 못해 관두는 아이들이 어린이집마다 나온다. 하지만 많은 육아 선배들은 이같은 결정을 반대한다. 지금 이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어린이집을 포기하면, 유치원 보내기는 더욱 힘들어진다는 이유에서다. "평생 네 품에 끼고 살거야?" 란 질문에 답을 할 수 없었던 나 역시 어떻게든 어린이집에 적응을 시켜야한다고 마음 먹었다.
선생님께 장문의 편지를 썼다. 엄마와의 애착관계 형성에 있어 선생님이 우려하실만한 일은 없었다고, 난생처음 단체생활을 시작하는 아이와 그런 아이를 둔 엄마는 어쩌면 인생에서 독립된 인격체로 살아가는데 중요한 기로에 놓여있다고, 그런 어려운 순간을 슬기롭게 넘기기 위해 선생님께서 많이 좀 도와달라고 말이다.
솔직한 내 얘기에 선생님은 즉각 반응했다. 지금까지 아이를 어떻게 키워왔는지, 아이의 성격은 어떤지, 집에서의 모습은 어떤지 더욱 알고 싶다고 했고, 나는 워킹맘으로서 처한 상황까지 미주알고주알 공유했다.
선생님과 오해 아닌 오해를 푼 것을 아이도 알아차린 것일까.(선생님과 마음을 터놓은 후 한층 마음이 여유로워진 나의 기분 탓일까.) 아이는 하루 하루가 다르게 어린이집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별활동 시간에 아예 안 운것은 아니지만, 처음으로 참여했다는 얘기를 들었고, 곧잘 친구들과 장난도 친다는 기분좋은 소식이 전해졌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어린이집에 다녀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을 했는데...엄마의 조바심이 문제다.
육아 커뮤니티에는 오늘도 어린이집 알림장 멘트하나에 일희일비하는 엄마들의 사연이 수두룩하다.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지 각양각색의 조언이 쏟아진다. 나의 경우에는 정공법이 통했다. 아이를 아침일찍 맡기고 후다닥 출근 해야하는 워킹맘으로서 알림장은 선생님과의 의사소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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