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임실군에선 중고생들이 학교에 가는데만 1시간이 넘게 걸린다. 학교가 너무 멀어서 하굣길엔 녹초가 되기 일쑤다. 사람이 너무 줄다보니 이제 버스도 다니지 않아서 군에서 운영하는 셔틀버스가 아니면 장을 보러 가기도 어렵다. 병원과 약국이 이 지역에서 사라지기 시작한 건 이미 오래전이다. 모두가 급격한 인구유출로 인해 생긴 현상들이다.
김동영 전북연구원 미래전략연구부장은 "지방 낙후지역은 인구감소로 학교 병원 약국 등 기반시설을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가 되면 남아 있는 사람들의 생활환경은 점점 나빠질 것"이라며 "결국에는 사람이 살기 힘든 생활 사막화가 진행될 것"이라고 염려했다.
전문가들은 이미 경북 의성·군위·영양· 청송군, 경남 합천·남해군, 전북 임실군, 전남 고흥군 등은 이미 이런 생활 기반시설들이 무너지는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분석한다.
지자체 소멸의 가능성은 수치로도 파악된다. 올 3월 기준으로 소멸의 위험성이 가장 높은 지방자치단체는 경북 의성군이 꼽힌다. 의성군의 경우 65세 이상 노령층 인구는 2만119명에 달하지만, 20~39세 여성 인구는 3250명에 불과하다. '20~39세 여성 인구'를 '65세 이상 인구'로 나눠보면 0.161이라는 수치가 나온다. 가임기에 속하는 젊은 여성들 인구수가 노인의 16%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이처럼 '20~39세 가임기 여성 인구수'를 '65세 이상 노령 인구수'로 나눈 수치를 지자체 소멸위험지수라 부른다. 대개 소멸위험지수가 0.5 미만이면 , 즉 노인 인구가 가임기 여성의 두배를 넘으면 소멸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한다. 부양해야 할 노인은 많은데 신생아는 적으니 시간이 흐를수록 인구가 급감할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3월 기준 전국 229개 시·군·구 가운데 소멸위험지수가 0.5 미만인 곳은 37%인 85곳이다. 경북 의성군(0.161)에 이어 전남 고흥군(0.169), 경북 군위군(0.177), 경남 합천군(0.178)과 남해군(0.183)이 현재로선 소멸위험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이들 지자체가 소멸위기에 놓인 가장 큰 요인은 인구유출이다. 1995년 5~9세 인구를 100으로 봤을 때 20년후인 지난 2015년 현재 25~29세 인구가 60이하로 추락한 곳이 분석대상 219개 시·군·구 가운데 20%인 44곳에 달했다. 즉 40%가 넘는 젊은이들이 태어난 고향에 정착하지 못하고 타 지역으로 떠났다는 얘기다. 유출이 가장 심각한 지역은 경북이었다. 고향에 정착한 인구수가 47.8%에 불과했다. 전남과 전북도 정착률이 각각 50%와 57.1%에 그쳤다.
인구 유출로 생활기반이 무너지면 결국 인근 시·군에 통폐합돼 이름조차 사라지는 지자체가 속속 나올수 있다. 인구가 줄어도 자치단체로서 최소한의 외형을 유지하려면 군수, 부군수 등을 비롯한 상당수 공무원을 배치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단계마저 넘어서면 아예 지자체를 없애는 하는 시대가 머지않아 올 것이라는 얘기다.
김순은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인구 2만명에 못미치는 자치단체가 현재 경북 영양군과 울릉군 2곳인데, 2030년에는 27곳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이런 곳에도 군청 공무원은 적어도 600~700명 가량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그러나 "자치단체를 인위적으로 통폐합하기보다는 적절하게 인구분산을 유도해 공생하는 방안을 찾는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국토의 효율적인 이용의 측면에서도 도시 과밀화와 지방 공동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것은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서울시 중구는 과밀화로 인해 갖가지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반면 강원도 철원군 근북면은 사람이 살지 않는 마을로 전락할 상황을 걱정해야할 판이다. 근북면 면적은 23.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인구 도시집중으로 얻는 이익보다 지방공동화로 인한 손실이 훨씬 크다는 점에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최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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