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초반에도 효에 대한 우려는 컸었나 봅니다. 한 지붕 아래 같이 살기만 하면 어떻게 모시든 상관없이 효자란 소리를 들었으니까요.
30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요?
우리 국민의 19%는 부모 부양은 자식이 아닌 부모 스스로가 해결해야 한다고, 또 5%는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직 다수는 아니지만 이런 생각이 점점 늘고 있으니 같이 살긴 커녕 부모 부양도 이젠 선택이 된 거죠.
어버이날의 모습도 바뀌고 있습니다.
정성스런 선물보다는 현금이나 상품권을 드리고 받는 게 일반화됐죠. 따뜻한 밥 한 끼 다 같이 모여 먹기도 힘듭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과거 어버이날 하루 종일 부모님 가슴에 달려있던 카네이션도 외면을 받죠.
실제로 주위엔, 카네이션을 안 달아 드렸다고 서운해하시는 분도 적고, '돈이 최고지' 하며 솔직하게 얘기하는 어르신들도 많아졌습니다. 워낙 살기가 퍽퍽해서 그런 거죠.
취업을 못 해 경제력 없는 자식들은 뭘 드리던 부담이고, 그런 자식을 가진 부모님들은 어버이날 뭘 받던지 맘이 편치 않으실 테니까요.
이런 불편한 어버이날을 대선 주자들도 감지했는지 효도 공약을 잇달아 내놨습니다.
'어버이날을 국정공휴일로 지정하겠다부터 기초연금을 인상하겠다', '노인을 고용하면 세제 혜택을 주겠다' 등 주로 어르신들의 취약한 경제력을 보완하는 내용입니다.
부모님을 즐겁게 해드리기 위해 나이 칠십에도 색동 저고리를 입고 춤을 췄다는 초나라의 노래자, 두둑한 용돈을 이체해드린 자식이 효자란 말을 듣는 지금.
돈을 드리는 것 말고 진정한 효도가 뭔지 고민하는 건 이제 사치가 된 걸까요?
씁쓸한 어버이날의 단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