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전 산업은행장(72·구속기소)이 자신의 측근이 운영하는 업체에 각종 특혜를 주는 등 비리를 저지른 혐의(직권남용 등)로 1심에서 징역 4년 실형을 선고받았다.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성창호)는 뇌물수수·업무상배임·직권남용 등 혐의로 기소된 강 전 행장에게 징역 4년과 벌금 5000만원, 추징금 9000여만원을 선고했다. 그에게 오랜 기간 금품을 제공하고 특혜를 챙긴 혐의(뇌물공여)로 함께 불구속 기소된 임우근 한성기업 대표(68)에게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강 전 행장은 민원을 듣는다는 명목으로 자신과 친한 사람들의 부탁을 들어주고 권한을 남용했다"며 "그 결과 국가지원금 60억여 원과 산업은행의 대출금 490억여 원이 손실 처리돼 중대한 피해가 생겼다"고 밝혔다. 이어 "경제·금융 관련 고위공직을 두루 거쳤고 17대 대통령 정부에선 '실세'로 불렸으면서도 자신의 지시에 따랐던 직원들에게 책임을 전가해 지위나 역할에 걸맞지 않은 주장을 하고 있다"고 강 전 행장을 질타했다.
그는 2009년 11월 국가경쟁력위원회 위원장으로 재직하면서 지인 김 모씨의 업체 바이올시스템즈가 국책과제 수행업체로 선정되도록 지식경제부 담당 국장을 압박해 66억7000만원을 지급하게 한 혐의(직권남용)를 받았다. 또 2011년 3월 산업은행장 취임 후 임기영 당시 대우증권 사장에게서 1000만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 2012년 11월 원유철 의원의 부탁을 받고 플랜트 설비업체 W사에 시설자금 490억 원을 부당대출하게 지시한 혐의(업무상 배임)가 유죄로 인정됐다. 2008년 10월부터 올해 6월까지 고교 동창인 임 회장에게서 현금 총 1억4500만원을 받고 대출 등 각종 민원을 처리해준 혐의도 있다.
다만 그가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67·구속기소)에게서 비리를 묵인해달라는 등의 부정한 청탁을 받고 그 대가로 바이올시스템즈 등에 투자금·일감을 주도록 했다는 배임·뇌물 혐의에는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당시 산업은행이 대우조선의 감사(경영컨설팅)를 진행하던 상황에서 투자를 요구한 것 자체는 부적절한 처신에 해당한다"면서도 "남 전 사장의 부탁과 강 전 행장의 측근 업체 투자 지시 사이에 대가관계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남 전 사장이 강 전 행장에게 '명예롭게 퇴직하게 해달라'고 얘기했다는 내용은 이
이밖에 강 전 행장이 총선을 앞둔 2012년 3월 고재호 당시 대우조선 사장 내정자(62·구속기소)와 임기영 사장에게 국회의원 7명의 후원금 총 2800여만원을 대납시킨 혐의(뇌물수수·정치자금법 위반)도 무죄로 봤다.
[정주원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