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트카 업체가 사업자 등록을 취소하면서 보유한 차량의 등록도 함께 말소시켜 저당권자가 차량소재를 파악하지 못하게 했다면 그 자체로 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렌트카 업체 대표 최모씨(52) 등의 상고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지난달 31일 밝혔다.
재판에서는 차량을 실제로 은닉하지 않고 렌트카사업자 등록취소로 저당권만 말소되게 해도 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재판부는 "권리행사방해죄에서 '은닉'은 타인의 점유 또는 권리의 목적이 된 자기 물건 등의 소재를 발견하기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에 두는 것을 말하며, 실제 현실에서 권리행사 방해까지 필요한 것은 아니다"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했다. 이어 "최 씨 등의 차량 은닉행위가 입증되지 않더라도 저당권자가 자동차등록원부에 기초해 자동차의 소재를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권리행사방해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최 씨 등은 2011년 4월부터 6월까지 현대캐피탈 등이 저당권을 갖고 있는 차량 41대를 싸게 사들여 자신들이 설립한 렌터카 회사의 차량으로 등록시킨 뒤 대포차 등으로 되팔았다. 그리고 같은해 7월 렌터카 업체 등록을 취소했고 이때 차량들의 등록도 함께 직권말소시켰다. 이후 저당권자인 현대캐피탈 등은 차량을 경매에 부치려 했지만 행방을 찾지 못해 결국 포기했다.
이들은 렌트카업체 사업자등록이 취소되면 차량도 함께 등록말소가 되기 때문에 이 시기에 저당권자들이 차량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직권말소로 권리를 상실하게 된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이렇게 직권말소 된 차량은 저당권도 함께 없어지기 때문에 새로운 번호판을 받아 신규등록이 가능해져 대포차 등 범죄에 활용될 수 있다
이들 회사의 렌트카 등록차량 41대 중 2대는 대포차로 유통시키는 방법으로 차량을 숨긴 사실이 입증됐지만, 나머지 39대는 구체적인 은닉수법이 입증되지 못했다.
이에 1심은 "차량의 점유나 사용 관계 등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각 차량의 저당권 등록이 말소되게 했다는 사정만으로는 차량을
2심에서는 차량 1대를 대포차로 유통시긴 사실이 추가로 입증됐지만 나머지 차량에 대해서는 여전히 권리행사방해죄 성립이 인정되지 않으면서 형량은 그대로 유지됐다.
[채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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