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교수를 표적으로 '텀블러 폭탄'을 제조해 배달한 대학원생의 범행 동기는 '논문 지도 과정에서 빚은 갈등'으로 나타났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지난 13일 사제폭발물을 만들어 지도교수를 다치게 한 연세대 기계공학과 대학원생 김 모씨(25)가 평소 연구 지도과정에서 김 교수로부터 심하게 질책 받은 것에 반발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1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 김 씨는 지난 5월 말 작성한 논문의 실험 결과에 대해 크게 꾸중을 들은 후 범행도구를 준비했다.
과학고등학교를 조기졸업하고 김 교수와 함께 다수 논문을 공동 저술하는 등 수재로 평가받던 김씨는 논문지도과정에서 자신의 의견을 묵살당한 뒤 교수에 대해 불만을 품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김씨가 꾸중을 듣는 과정을 지켜봤던 같은 연구실 동료들은 "일이 많아 힘들기는 했지만 욕설이나 가혹행위는 없었다"고 진술했다. 김 교수도 "논문 작성 과정에 이견이 있어 교육적 의도로 대화한 것"이라며 "피의자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뜻을 경찰에 밝혔다.
김 교수의 주요 연구 실적에 기여해 왔던 김씨가 자신의 노력에 비해 교수의 인정을 받지 못하자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데 실패했던 것이 결국 사제지간의 비극적 사건으로 이어진 셈이다.
분노와 스트레스 조절 실패가 극단적 범죄로 이어지는 사례는 지난 8일 경남 양산시의 한 아파트 주민이 '음악소리가 시끄럽다'는 이유로 줄을 끊으면서 외벽에 매달려 작업하던 김 모 씨(46)가 숨진 사건에서도 나타났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스트레스에 취약한 유형의 사람들이 감정 조절에 실패한 사례"라며 "이 유형은 갈등 상황의 심각성 보다는 자신을 무시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는 점에서 공
또 공 교수는 "이 같은 범죄는 평소 행동을 보고서는 쉽게 예상할 수 없다는 게 문제"라면서 "언제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을 갖춤과 동시에 자가 진단 등 스스로 감정 조절 능력을 개선해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임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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