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푸드로 끼니를 때우고, 화장실에서 씻고, 잠은 기도실에서, 3개월 동안 말 그대로 공항에서 살았지요.
공항 측이 수소문해 스위스에 살고 있는 자식들에게 어머니의 상황을 얘기했지만, 놀랍게도 자식들은 '우리와는 관련 없는 일'이라며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먼 타국에 부모를 버리는 이른바 '신 고려장'입니다. 이런 '신 고려장'은 우리도 예외가 아니죠.
인천공항 여기저기를 떠돌아다니는 한 씨 할머니는 혼자서는 먹지도, 씻지도, 제대로 잠자리도 찾지 못하는 치매 환자입니다.
외동딸을 따라 미국으로 이민을 갔는데, 할머니가 치매에 걸리자 모시기 어렵다며 무작정 한국행 비행기에 태워 보낸 거죠. 할머니가 차고 있던 명찰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습니다.
'어머니를 서울에 있는 양로원에 보내 주세요'
막내아들을 따라 필리핀으로 갔던 80대 어머니는 현지에 버려졌고, 아들은 도망을 가버렸습니다. 사실 그 전에 아들은 형제들에게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며 장례비를 받아냈었고, 그 충격으로 어머니는 치매까지 걸린 상태였죠.
지난 10년 간 노인 학대는 70% 가까이 늘었습니다. 이 가운데는 방임과 유기도 15%를 차지합니다.
고려 시대, 나이 든 부모가 일을 할 수 없게 되면 산이나 들판에 버렸다는 '고려장'
실제론 존재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천 년이 지난 지금은 실제로 존재하고 있는 겁니다. '신 고려장'으로 말이죠.
제1회 노인학대 예방의 날인 6월 15일, 오늘 짚어본 초고령 국가로 내딛는 대한민국의 모습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