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인권경찰 제고 지시 후 몸부림치고 있는 경찰이 순수 진보성향 민간인들로 구성된 경찰개혁위원회를 구성해 내부 인권개혁에 착수했다.
위원회 첫 회의는 민중총궐기에서 물대포에 맞아 의식불명에 빠진 뒤 숨진 고 백남기씨에 대한 입장 정리로 시작했다. '아킬레스건' 격인 백씨에 대한 도의적 사과표명을 시작으로 변화의지를 강하게 나타냈지만 유족 측은 관련자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어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16일 경찰은 학계와 시민사회단체 인권 전문가들이 대거 포진된 경찰개혁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 내부의 입장을 벗어나 국민의 시각에서 현 경찰조직을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경찰이 나아갈 방향과 전략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민간전문가들을 위원으로 위촉했다"고 밝혔다. 경찰개혁위원회 발족은 경찰이 백 씨에 대한 사과표명을 하면서 과거 인권침해에 대한 반성의 뜻을 전하는 한편, 강도 높은 '셀프개혁' 의지를 표명함으로 경찰이 줄곧 주장해온 수사권 조정의 구체적인 방향성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위원회는 △인권보호 △수사개혁 △자치경찰 등 총 3개의 분과로 나뉘어 경찰 조직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향후 수사권 조정이 이뤄진 이후 경찰권 비대화를 막을 각종 대책을 수립해 경찰에 권고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위원회는 이례적으로 전 구성원들이 외부 민간인사들로 꾸려졌다. 그만큼 경찰개혁에 대한 외부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현재 추진 중인 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경찰 내부안 수립에도 민간의 비판을 수용하겠다는 자세로 풀이된다.
위원회 위원장은 초대 유엔 대한민국 인군대사를 지낸 박경서 동국대학교 석좌교수가 맡는다. 총 18명의 분과별 위원에는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낸 문경란 인권정책연구소 이사장,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박봉정숙 한국여성민우회 이사(국가인권위원회 TF 자문위원), 김희수 법무법인 리우 변호사(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 상임위원) 등 시민사회단체와 법조계의 인권 전문가들이 대거 선임됐다. 여성도 5명 포함돼 있어 여성 입장에서 경찰과 관련된 인권침해적 요소를 지적해나갈 전망이다.
이날 출범식에 이어 진행된 첫 회의에서는 백남기 농민 사건이 논의됐다. 위원들은 이철성 경찰청장에게 입장 표명을 요구하고 경찰의 집회 통제 방안과 관련해 물대포 직사살수 금지 등 개선안에 대해 따져 물었다
이처럼 경찰이 백씨에 대한 사과 제스쳐와 인권에 대한 변화모습을 보였지만 백씨 유족 측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불투명하다. 백씨의 큰 딸인 도라지씨는 전날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관련 책임자들에 대한 징계까지 포함되야 진정한 사과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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