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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 기숙사 건립을 반대하는 아파트 주민들의 현수막. |
지난 8일 고려대 학생들은 대학교 기말고사를 앞둔 바쁜 시점인데도 학내 광장에 몰렸다. 이날 고려대 민주광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재학생들은 새 정부를 향해 "대학생 '원룸푸어'들을 위해 제발 살 곳을 좀 마련해 달라"는 한숨 섞인 하소연을 내놨다. 보름간 학생회가 고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걷은 기숙사 신축 촉구 탄원서만 3057장. 여기에는 4년간 인근 주민들의 반대로 표류하고 있는 신축 기숙사를 향한 학생들 열망이 담겼다.
18일 매일경제가 '2017 고려대학교 대학생 주거실태 조사 분석보고서'를 입수해 분석헌 결과, 고려대 기숙사 수용률(전체 재학생 수 대비 기숙사 수용인원)은 10.4%로 전국 평균 기숙사 수용률 20.1% 대비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고려대 총학생회가 재학생 119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자취와 하숙을 하는 학생들이 1000만원이 넘는 보증금을 내는 경우가 55%에 달했고, 월세도 평균 50만원 이상을 내고 있었다.
지방 출신 고려대 재학생 박 모씨(26)는 "카페에서 반나절을 꼬박 일해야 받는 돈이 한 달에 50만원 남짓"이라며 "부모 지원 없이는 월세라도 제때 내려면 학업 대신 일터에 나가야 하는 소위 '원룸 푸어'의 현주소"라고 한탄했다. '원룸푸어'들의 아웅성은 고려대에서 나오는 것만은 아니다.
한양대 재학생들도 이달초 서울시청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신축 기숙사 건립을 촉구했다. 한양대 학생들은 "학교 기숙사 수용률은 11.5%인데 이마저도 외부임대 기숙사를 제외하면 한자리수로 떨어진다"며 "매 학기가 끝나고 성적이 나올 시기에 기숙사에 살고 있는 학생들은 기숙사에서 쫓겨날까 가슴졸이고 있다"며 하소연했다. 시험준비 시간까지 쪼개서 학생들이 광장으로 몰려나오는 이유는 서울 곳곳에서 추진 중인 각 대학별 기숙사 건립이 수년째 제자리를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고려대는 학교용지 내 1100명이 머물 수 있는 기숙사 신축을 추진 중이지만 4년째 표류 중이다. 애초 고려대측은 기숙사가 완공되면 기숙사 수용인원이 2700여명에서 3800명으로 대폭 증가해 지방 출신 학생들의 주거 고민을 덜어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인근 주민들을 중심으로 고려대의 기숙사 건축 계획에 반발하면서 발목이 잡혔다. 주민들이 근린시설로 이용하고 있는 공원을 주민 동의 없이 없애서는 안 된다는 표면적인 이유에 더해 기숙사로 학생들을 뺏기면 원룸 수요가 떨어져 지역 경제가 무너진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민원이 구청에 줄기차게 쏟아진 것이다.
고려대는 2013년말 학교내 개운산에 기숙사 신축을 추진하면서 2014년 8월 토지용도 변경을 신청했으나 성북구청이 주민 반대를 이유로 허가하지 않았다. 올해 4월 고려대측은 성북구청에 다시 토지용도 변경을 신청한 상태지만, 내년 지방 선거를 앞두고 지역 주민들의 표심을 고려해 소극적으로 대처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성북구청 관계자는 "고려대측에서 고대 안암병원을 지으면서 주민복지용으로 공원을 조성한 곳이라 이 터에 기숙사를 짓는데 주민들 불만이 많다"며 "관련시행령에 주민의견 수렴을 의무화하고 있어 이런 과정없이 허가를 내주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건축허가까지 받았지만 공사를 진행하지 못하는 현장도 있다. 서울 성북구 동소문동에선 한국사학진흥재단이 수도권 최대인 750명 규모 연합 기숙사 건립을 추진하다 지역 주민간 갈등을 염려한 시공사가 몸을 사리면서 착공에 애를 먹고 있다. 재단 관계자는 "주민들이 반대하고 나서면서 갈등비용을 우려한 시공사들이 몸을 사리고 있다"며 "시공사 선정이 세 차례나 유찰돼 7월 정상 착공을 위해 수의 계약으로 전환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지역주민들 민원과 함께 관할구청의 표심 눈치표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지만 건립주체들도 지역 사회와 상생하는 모델을 찾는게 근본해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학들이 수익성에 골몰하면서 대학안에 식당과 카페 등 모든 편의시설을 들여오다 보니 과거 대학촌 주변 지역경제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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