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0 총파업 당일인 지난달 30일 정오부터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이하 학비노조) 조합원들의 행진을 시작으로 광화문 광장으로 속속 총파업 참가 노동자들이 모여들었다. 분홍색 조끼를 갖춰입고 서울 관수동 서울극장에서 행진을 시작한 이들 행렬의 손에는 '비정규직 철폐', '근속수당 인상' 문구가 적힌 피켓이 들려 있었다. 학교에서 사용하는 은색 식판을 들고 행진에 참여한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날 오후 1시가 되자 본 집회 현장인 광화문 북측 광장을 약 8000여명이 집결해 가득 메웠다. 이들은 "비정규직 완전 철폐하라. 무기계약직은 비정규직이 아니다. 근속수당 인상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일부 과격시위대는 무단으로 건물침입을 시도하다 충돌을 빚기도 했다. 이날 민주노총서비스노조연맹 소속 30여명은 서울 대흥동 경총회관 앞에서 '2018 최저임금 사용자위원안(案)' 철회를 요구하다 일부 회원들이 갑자기 건물진입을 시도했다. 경비원와 경찰에 의해 저지된 후에도 이들은 집회를 이어나갔다.
전날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1만원 쟁취 경총 규탄' 집회를 열면서 "경총은 우리 사회의 양극화와 불평등 심화의 한 축이자 박근혜 정부 '적폐'의 공범"이라며 "청산돼야 할 사용자단체는 최저임금을 논의할 자격이 없다"며 막말을 쏟아낸 바 있다.
경총 앞에서 아르바이트노동조합(알바노조)·한국청년연대·민중연합당 흙수저당 등은 기자회견을 통해 전날 결렬된 최저임금협상에 대해 노골적인 비난의 목소리를 냈다. 알바노조 회원이자 맥도날드 노동자인 박준규씨는 "패스트푸드점 일을 청년들만 하는 게 아니라 50대 이상의 노동자들도 먹고 살기 위해 한다"며 "최저임금 1만원은 당장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흙수저당도 성명을 통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아니라 문재인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이 된 건 최저임금을 2020년까지 1만원으로 인상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라며 "청년들과의 약속을 벌써 잊었냐"며 소위 '촛불청구서'를 들이댔다.
청계천 한빛광장에선 건설노조 타워크레인 노동자 수백명이 모여 파업출정식을 갖고 '시급 1만원 당장 인상'과 '비정규직 철폐'를 요구했다.
이들은 "이미 다른 선진국에서는 고용을 요구할 권리를 법제화했는데 우리나라는 노동조합을 할 권리도 제대로 인정 못 받는다"며 "타워노동자들이 단결해 투쟁을 승리로 이끌자"고 말했다. 비교적 집회는 평온하게 진행됐지만 학비노조 등 집회참여자 일부는 광화문 인도 한복판에서 흡연을 하는 등의 행동으로 행인들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도 했다.
정규직 전환·최저임금 1만원 인상을 요구하는 학비노조 무대에선 이날 집회목적과 전혀 맞지 않는 '이석기·한상균 석방' 구호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날 학비노조 측의 광화문 집회광장 무대에 오른 사회자는 한 청년단체를 소개했다. 이 사회자는 이들을 "민주주의를 위해 양심수 석방 노력을 하고 있는 청년들"이라고 소개하며 "박근혜 적폐를 청산하려면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과 이석기 의원이 석방돼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또 이 사회자는 "박근혜가 박한철 헌법재판소 소장과 짜고 최종 판결이 나기도 전에 통진당을 해산시켰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석기 전 통진당 의원은 내란 선동과 국가보안법
[유준호 기자 / 황순민 기자 / 강영운 기자 / 임형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