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의 사드보복 조치로 인해 중국인 관광객의 한국 방문이 계속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오던 동남아시아·중동 지역 관광객들마저 최근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30일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외국인관광객 입국현황에 따르면 지난 5월 한 달간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총 약97만8000명으로 전년동기대비 34.5% 급감했다. 방한 외국인관광객 규모는 중국 정부가 사드보복 조치 일환으로 자국민들에게 한국 여행 금지조치를 내린 3월 이후 세 달 연속 하락세다. 올해 1~5월 누적 외국인관광객 수도 576만여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1% 줄었다.
중국은 전년동기대비 64.1% 하락한 25만3000여명 만이 한국을 방문하며 지난 5월 개별여행객들에 대한 한국 여행 금지 조치가 풀렸다는 소식을 무색하게 했다. 공사 관계자는 "오히려 최근 들어 중국 정부가 한국 여행을 가려는 출국자들에 대한 자국내 심사를 더 까다롭게 하는 등 여전히 자국 여행객들을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관광객수 역시 북한 도발 관련 한반도 정세 관련 불안감이 지속되며 4월에 이어 두달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며 방한시장 다변화 정책의 핵심으로 꼽히던 동남아·중동 역시 전년동월대비 15.2% 하락했다. 이는 지난 5월 27일부터 동남아·중동 무슬림국가들에서 시작된 라마단(5.27~6.25)으로 인해 무슬림들이 해외여행을 자제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중국 크루즈 선의 국내 입항이 차단되면서 매월 수만명씩 한국으로 들어오던 동남아 국적 크루즈 승무원들의 발길이 끊긴 점 또한 급격한 하락세의 요인이다. 인도네시아, 필리핀, 인도 등 일부 아시아 국가는 방한객 중 40~50%가 승무원인데, 이중 대다수가 중국 크루즈선에서 근무하는 이들이다. 결국 중국의 사드보복 조치가 동남아 방한객 규모에도 큰 영향을 미친 것이다.
특히 5월 한달간 한국인들의 동남아 여행이 늘어난 점도 동남아 관광객들의 한국 여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공사는 분석했다. 동남아-한국간 항공좌석 수요가 급증하면서 가격이 올라 한국을 방문하려는 동남아 여행객들에게 부담을 줬기 때문이다. 공사 관계자는 "한국인들이 대부분 서둘러 저렴한 요금의 좌석을 차지해
동남아·중동 지역 관광객들의 한국여행 전망은 앞으로도 그리 밝지 않다. 카타르 단교 사태로 인해 중동지역 항공 노선이 일부 차단되면서 한국 관광 비용이 크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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