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4월19일 전임 58대 서울대 총학생회와 대학 본부가 시흥캠퍼스와 관련된 학생사회 요구를 반영해 체결한 '시흥캠퍼스 기숙사 관련 프로그램 합의서'. <사진=서울대 제공> |
4일 매일경제가 단독 입수한 서울대 내부 문건에 따르면 지난해 4월 19일 전임 58대 서울대 총학생회와 대학 본부는 시흥캠퍼스와 관련된 학생사회 요구를 반영하는 '시흥캠퍼스 기숙사 관련 프로그램 합의서'를 체결했다. 이에 앞선 4월 초 총학생회 측은 간부 3명이 연구 책임교수 등과 기숙사 연구팀을 꾸려 싱가포르국립대, 난양공과대학 등 시흥캠퍼스가 벤치마킹할 수 있는 해외 대학으로 견학을 다녀오기도 했다. 비용은 학교 측이 댔다.
견학이 끝난 후 학생회는 학교측에 ▲추진위원회 학생참여보장 ▲특정단과대·학년 이전 배제를 위한 구체적 계획마련 ▲내부프로그램 진행사항 공개 등 3가지 요구조건을 제시했다. 학교측이 이를 받아들이기로 하자 양쪽은 합의서를 체결했다.
당시 이철수 서울대 기획처장과 김보미 총학생회장 명의로 서명한 합의서에는 "본부와 총학생회는 세계적인 글로벌 리더를 양성하기 위한 새로운 교육의 장으로 거듭나도록 최선을 다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시흥캠퍼스 기숙사를 건립하고 구체적인 사항은 추진위원회를 꾸려 함께 논의하자고도 합의했다.
'학교측 일방통행이 작금의 사태를 불러왔다'는 주장으로 일관해온 학생회는 합의서 존재에 대해 함구해왔고 외부로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총학생회가 돌연 입장을 바꾼 것은 총학생회장 선거가 임박하던 때다. 작년 8월 이후 갑자기 총학생회를 비롯한 일부 학생들이 '대학 기업화 반대'를 외치더니 총학 선거 한달 전인 지난해 10월부터 153일간 본관을 점거했다.
지난해 11월 총학선거 후 강성 운동권 성향의 집행부가 들어서면서 투쟁수위는 더 세졌다. 아예 사업자체를 재검토하라는 것이다. 학교 측은 실시협약을 철회할 경우 대외 신뢰도 하락은 물론 법적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불가능'이라는 입장이다.
총학의 이런 행태가 정권 바뀔 때마다 기존에 추진했던 것 들을 갈아 엎어버리고 '나몰라라'하는 정치인들 구태를 답습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흥캠퍼스는 지난 2009년부터 추진한 사업이다. 학생회는 지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세움단'이라는 내부 조직을 꾸리고 시흥캠퍼스와 관련한 자체 연구를 진행하기도 했다. 반면 총학생회장 임기는 1년이다. 서울대 한 교수는 "100년 대계로 계획해야 하는 캠퍼스 교육정책을 1년짜리 임기 학생회가 1년 넘게 흔들게 있다"며 "올 11월에 학생회가 바뀌면 또 무슨 소리를 할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참다 못한 학교 측도 학생 반대 속에서 사업 첫 물꼬부터 트기로 했다. 서울대는 최근 시흥캠퍼스에 교육협력지원센터 설립 계획을 수립하고 시흥시 등으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아 임시 센터를 운영하기로 했다. 여기에서 9월부터 시흥시내 초·중·고등학교에서 서울대 사범대에서 개발한 수업을 활용한 미국식 '협력학교' 프로그램과 지역사회 학교 학생들을 모집해 센터에서 가르치는 학교 밖 프로그램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음악, 미술, 체육, 독서, 장애체육 등 7개 분야에서 모집해 서울대 석·박사급 연구원이 직접 강의를 진행하는
베일을 벗은 '시흥캠 파일럿 프로젝트'는 그간 학생측이 주장해온 '대학의 공공성을 파괴하는 투기성 사업'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학생회가 우려하는 대학 수익화 등 돈벌이보다는 오히려 지역사회와의 상생, 4차산업시대 교육혁명 등이 주요 이슈다.
[황순민 기자 /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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