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민정수석실 문건이 전격 공개되면서, 앞으로의 파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이번 문건 공개와 관련해 여러가지 의문점이 제기되고 있는데, 사회부 이혁근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 질문1 】
이 기자, 이번에 청와대가 공개한 문건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54일 만에 발견된 문건인데요. 도대체 어디에 숨겨져 있었나요.
【 기자 】
네, 문건은 지난 3일 청와대 민정수석 산하 비서관실에서 발견됐습니다.
민정수석실에는 보통 민정과 사정 두 분야로 나눠지게 되는데, 새 정부에서는 민정 분야 자리만 사용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람이 늘면서, 사정 분야 자리를 재배치하는 과정에서 여러 개의 나무 캐비닛을 옮기게 됐는데,
이 가운데 유독 무거운 캐비닛이 있어서 열어보니 그 안에는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는 문서 300여 건이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캐비닛 한 개가 '판도라의 상자'가 된 셈입니다.
【 질문2 】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수사때 당시 특검과 검찰이 청와대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결국 무산이 됐는데, 이번 문서를 보니 조금 이해도 갑니다.
【 기자 】
네, 국정농단 수사와 관련해 검찰과 특검은 모두 네 차례 청와대 압수수색을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모두 청와대가 거부하면서 압수수색은 이루어지지 않았는데요.
이번에 공개된 문건들은 당시 수사 기관들이 확보하려다 실패한 자료들로 보입니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MBN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당시 청와대가 국가안보시설이라는 이유로 압수수색을 거부한 것은 궁색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조 의원은 또 "범행 장소에 대해 영장을 갖고 압수수색을 하겠다고 한 것은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문건이 공개되자 일각에서는 당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왜 압수수색을 반대했는지, 왜 파쇄기 수십 대를 사들여 문서를 갈아 없앴는지 이해가 된다는 반응도 나옵니다.
【 질문3 】
앞선 리포트에서 전해 드린 것처럼 이 문건들은 작성 시기로 봐서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누가, 어떤 목적으로 만든 건지 알려면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요?
【 기자 】
중요한 부분인데요.
청와대는 문건 가운데 자필 메모로 된 부분의 복사본을 검찰에 넘긴 상황입니다.
검찰은 우선 문건에 조작이나 위조, 변조가 없는지 검토할 방침입니다.
그다음 문건의 작성자와 작성 정황을 밝히기 위해 관련 인물들을 불러 조사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정부 문서인데다 업무 분담이 뚜렷하기 때문에 확인에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검찰이 이 문건을 국정농단 재판에 증거로 제출하려면 증거능력을 인정받아야 하는데요.
검찰은 빠른 시일 안에 위법한 방법으로 만들어진 것인지, 강압적으로 작성된 자료인지 등을 따질 것으로 보입니다.
【 질문4 】
삼성 경영권 문제는 경제수석실이 담당할 문제인데, 왜 민정수석실이 이런 부분까지 관여했을까요?
【 기자 】
네, 문건 작성자가 우병우 전 수석으로 드러나고, 문건 내용이 민정수석의 업무범위를 벗어난다면 충분히 문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가장 뚜렷한 부분은 삼성 경영권 승계 과정을 언급한 대목인데요.
문건에는 '경영권 승계 국면에서 삼성이 뭘 필요로 하는지 파악', '삼성의 당면 과제 해결에는 정부도 상당한 영향력 행사 가능' 등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습니다.
문건 내용으로만 보면, 외국 헤지펀드의 공격으로 곤경에 처한 기업의 위기를 이용하려 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 질문5 】
청와대 문건이 안종범 전 수석의 수첩과 닮은 점이 있다는 평가도 있는데요. 꼼꼼하게 정리돼 있는 안 전 수석의 수첩과 비교해보면 어떨까요?
【 기자 】
네, 재판부는 안종범 전 수석의 수첩을 간접 증거로 채택했습니다.
직접증거는 당사자의 자백, CCTV, 녹취 등을 의미하는데요.
다시 말하면, 이번 국정농단 사건의 경우 청와대 CCTV나 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독대 녹취, 자백이 아닌 이상 직접 증거는 없다는 겁니다.
원래 뇌물과 부패범죄 사건은 직접증거가 나오기가 어려워 간접증거는 재판에 중대한 영향력을 끼칩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청와대 문건이 증거능력을 인정받는다면 강력한 간접증거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 질문6 】
이번 문건의 공개 시기도 관심사입니다. 지난 3일에 발견됐다고 하셨는데 어제 공개됐으면 11일이 지난 뒤거든요. 왜 그랬을까요?
【 기자 】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데요.
그제 박상기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우병우 전 민정수석 수사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우 전 수석에 대한 수사가 철저하지 않았다"며 과거 한쪽에 치우쳤거나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은 수사를 다시 검토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는데요.
공교롭게 문건이 공개된 날은 여러가지 일이 있었습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재판에 출석해 삼성 경영권 문제를 강하게 비판하는가 하면, 윤석열 검사장은 방산업체 KAI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습니다.
인사 작업이 마무리되고, 청와대가 본격적인 사정의 고삐를 죄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 앵커멘트 】
공개된 문건이 국정농단 수사 2막을 여는 느낌인데요.
앞으로 검찰 수사와 법원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더욱 관심이 갑니다.
이혁근 기자,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