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국책사업인 액화천연가스(LNG) 저장탱크 건설공사에서 7년여 동안 3조5000억원대 입찰을 담합해 일감을 나눈 혐의로 건설사 10곳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는 최저가 낙찰방식 공공공사 입찰에선 사상 최대규모 답합 사례라고 검찰은 밝혔다.
9일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부장검사 이준식)는 한국가스공사가 발주한 3조5495억원 상당의 LNG 저장탱크 건설공사 입찰에서 담합한 혐의(공정거래법·건설산업기본법 위반)로 10개 건설사와 소속 임직원 20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해 7월 공정거래위원회 고발에 따라 올 4월부터 수사를 진행해왔다.
적발된 건설사는 대림산업 한양 대우건설 GS건설 현대건설 경남기업 한화건설 삼부토건 동아건설 SK건설 등 10곳이다. 리니언시(자진신고 면제)로 고발에서 제외된 2곳과 법인합병으로 공소권이 없어진 삼성물산은 기소 대상에서 빠졌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 이들 10개 건설사는 경쟁 대신 담합을 택했다. LNG 저장탱크 공사는 입찰 참가 요건으로 시공 실적이 필요할만큼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돼 소수의 건설사만 입찰에 참가한다. 이들은 세 차례 합의를 통해 제비뽑기로 12건 입찰을 따낼 순서를 정했다. 공사가 발주되지 않아 물량을 수주하지 못한 업체에는 다음 합의 때 금액이 큰 공사를 수주하도록 했다. 또 발주처가 참가자격을 완화해 새로 자격을 얻은 업체가 생기면 이 업체도 담합에 끌어들였다. 낙찰 순서가 뒤쪽인 신규업체들이 불안감을 표시하자 기존 업체들이 "마지막 입찰 때까지 합의를 유지한다"는 내용의 각서를 쓰기도 했다. 이들은 수주를 받기로 한 회사를 위해 나머지는 입찰에 들러리를 섰다.
결국 가스공사가 내건 '최저가 낙찰방식'은 무용지물이 됐다. 담합 이전인 1999∼2004년 건설사들의 낙찰률(예정가격 대비 낙찰가격)은 69∼78% 수준이었으나, 담합이 이뤄진 2005∼2013년에는 78∼96%로 크게 높아져 결국 공사비가 더 들었다. 이번에 부과된 공정위 과징금은 총 3516억원으로 2009년 호남고속철도 건설공사 4355억원에 이어 역대 2위에 달했다.
검찰 관계자는 "공정위가 고발한 회사의 담합 여부 외에도 임직원들이 이같은 담합을 실행한 사실을 밝혀 함께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어 "담합범죄에서 개인 처벌이 따르지 않아 임직원의 심리적 부담감이 크지 않고,
다만 4대강 사업 입찰' 수사 이후 대형 건설사들의 자정 결의가 있었고, 이번 사건은 그 이전에 저질러진 범행으로 '호남고속철도 담합' 등과 분리기소돼 처벌받는 점 등을 고려해 불구속 기소했다.
[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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