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수사와 관련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또 다시 기각했다. 법원은 지난 8일 2건의 영장 기각에 대한 검찰의 거센 반발을 의식한 듯 이례적으로 기각 사유를 상세히 밝혔지만, 검찰이 의문을 제기하고 유감을 표명하면서 법리 논쟁이 벌어졌다.
13일 서울중앙지법 강부영 영장전담 판사는 증거인멸교사 혐의를 받고 있는 KAI 고정익개발사업 관리실장(상무) 박모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결과 영장을 기각했다. 강 판사는 "증거인멸죄가 성립하려면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해야 한다"며 "이 사건에서 증거인멸 지시를 받은 사람이 자신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어 타인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했다는 점이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박씨에게 증거 인멸을 지시받은 부하 직원들이 자신들의 형사사건(회계사기)에 대한 증거를 인멸했다고 볼 여지가 있기 때문에 부하 직원들의 증거인멸죄가 성립되지 않을 수 있고, 이 경우 박씨의 증거인멸교사죄도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형법상 증거인멸죄는 방어권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자기 사건의 자료를 숨기거나 없애는 것은 처벌하지 않는다.
그러나 검찰은 "증거를 인멸한 이들은 회계사기와 관련이 없는 개발부서 직원들"이라며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검찰은 "증거인멸죄는 자기가 아닌 타인의 형사사건에 대한 증거를 인멸한 경우에 성립되는 반면 증거인멸교사죄는 인멸 대상인 증거가 자기가 처벌받을 형사사건에 대한 경우에도 성립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각 사유를 보면 피의자로부터 교사받은 실무자(부하 직원)도 회계사기로 처벌받을 수 있는 자들이므로 증거인멸 교사 혐의도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보이지만 이 사건에서 인멸된 증거는 경영진과 회계담당자들의 회계사기에 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박씨는 재무제표 작성을 담당하는 회계부서와 직접 관련이 없어 회계사기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없는 개발부서 직원들에게 직무상 상하관계를 악용해 혐의와 직결되는 중요 서류를 세절기에 세절하도록 교사한 것이므로 죄가 성립한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수사 단계에서의 증거인멸 우려를 구속의 주된 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형사소송법의 취지를 감안할 때 영장 기각 사유를 수긍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 부장판사는 "검찰의 설명은 타당하지만 해당 부하 직원들에게 회계사기 혐의가 추가될지는 수사진행 상황을 봐야하므로 법원으로선 일단 (증거인멸) 죄가 성립하지 않을 가능성이 보이면 영장을 발부하지 않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검찰과 금융감독당국이 회계사기 의혹을 조사하자 이와
[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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