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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남대학교 이덕훈 총장 [매경DB] |
입학경쟁률 평균 22.4대 1, 취업률 100%로 한남대학교에서 효자 학과로 인정받는 간호학과 교수들과 자주 식사자리를 마련하는 이덕훈 총장(61)은 그 때마다 반 농담 삼아 이런말을 던지곤 한다.
지난 21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도 이 총장은 의과대학 설립에 대한 열망을 숨기지 않았다. 현재 한남대는 교육부로부터 학교 폐쇄를 계고 받은 서남대학교(전남 남원시) 인수를 추진 중이다. 인수 추진의 가장 큰 이유는 서남대에 의대가 있기 때문이다.
이 총장은 "한남대는 대전·충청권에서 명실상부한 일등 사립대이지만 영남대, 조선대, 계명대, 동아대와 같은 비슷한 규모의 타 지역 사립대와 비교해 부족한 것이 바로 의대"라며 "의대 인수 실현되면 대덕밸리 캠퍼스에 있는 생명나노대학과 연계한 바이오나노분야 특화 대학으로의 빠른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약 500억원에 달하는 인수 자금이다. 현재 한남대 측은 예장총회에 인수 자금을 요청한 상태다. 자금이 확보되면 서남대 정상화 계획서를 교육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사실 의대 설립은 한남대를 거쳐간 모든 총장의 숙원사업이었다. 그는 "전주예수병원, 전주예수대학과 같은 재단이었던 대전대학교(한남대학교 전신, 1956년 설립)가 의대 및 병원 설립을 추진했지만 당시 총장이 미국 선교사에서 한국인 총장으로 바뀌고, 1980년대 숭실대 합병 및 분교 과정을 거치면서 지지부진해졌다"고 그동안의 과정을 설명했다.
이 총장은 서남대 인수 가능성에 대해서 "냉철하게 판단해 '반반' 정도 된다. 이것도 크게 보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대전·충청권 사립대들은 한남대에 의대가 생기는 것에 대해 대체적으로 반대하고 있다"면서 "인수가 결정되면 의대는 남원에 둬야 하지만 병원은 어디든 설립할 수 있어 그럴경우 학교 재단은 경쟁 대학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확대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총장은 이번주 쯤 열리는 예장총회 연금재단 이사회에 서남대 인수자금을 논의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 올해만 135억원 규모 국책사업 수주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한남대는 1만4000여명의 재학생이 다니는 중위권 대학이다. 하지만 취업률 100%의 간호학과부터 대전·충청권 중·고교에서 근무 중인 영어 교사의 약 80%를 배출한 사범대, 2014년 순경 공채에서 학년정원 대비 96%의 전국 최고 수준의 합격률을 기록한 경찰행정학과까지 지역을 선도하는 리딩학과를 여럿 가지고 있다.
얼마 전까지 대전에서 치르는 토플시험장으로 사용됐을 정도로 영어교육에 대한 자부심은 남다르다. 모든 수업을 영어로 진행해 화제가 된 '린튼글로벌' 교육을 도입한 연세대에 앞선 지난 2005년 영어전용 단과대학인 린튼글로벌칼리지(현 린튼글로벌비즈니스스쿨)를 설립한 학교로 학계에서는 유명하다.
올해 들어서는 도전하는 국책사업마다 잇따라 수주하며 135억원이라는 성과를 냈다. 이는 학교 창립 61년 역사상 최대 수주액이다. 특히 지난 4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서울시내 내로라하는 명문대학과 경쟁 끝에 '사회맞춤형산학협력선도대학(LINC+)'에 선정, 교육부로부터 5년 간 230억원의 국비 지원을 받게 됐다.
이덕훈 총장은 4월 LINC+ 심사가 열리기 3개월 전인 1월부터 담당 교수, 교직원, 처장, 청장들과 머리를 맞대고 선정전략을 가다듬었다. 이 총장은 총 8번의 회의를 열고 이 자리에서 "LINC+에 선정된 학교에 지원되는 230억원은 우리 학교의 사활을 걸만한 큰 액수니 좌고우면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라"고 독려했다. 이 총장의 뚝심은 몇 년 동안 실패로 점철됐던 '패배주의'를 넘어 삼수(三修) 끝에 새 역사를 썼다.
그는 "대학 총장은 CEO이자 전략가"라며 "총장 역할은 방향과 전략을 제시해 구성원들이 열정적으로 국책사업에 도전해서 성취하도록 돕는 것"이라며 교수와 직원들에게 공을 돌렸다.
한남대는 지난 6월 국비 6억3700만원이 지원되는 교육부 주관 '2017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에 선정됐으며, 지난 14일에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주최한 '제18회 중소기업기술혁신대전'에서 전국 400여개 대학 중 유일하게 기술혁신부문 산학연 유공자 대통령표창을 수상하는 등 승승장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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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남대학교 이덕훈 총장 [매경DB] |
한남대는 60% 초·중반대의 취업률을 기록 중이다. 이는 4년제 대학 평균과 비슷한 수준이다. 올해 목표를 70%로 잡았지만, 국내 경제·기업체 등 여러 상황을 감안해 볼 때 연내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이 총장은 판단했다. 그래서 대안으로 마련한 것이 '창업'이다. 그는 "창업은 괴짜가 성공한다. 취업이 잘되는 서울대 같은 일류 대학 보다는 국내 대학 중위권인 한남대에게 더욱 매력적인 시장"이라며 "기업가는 저절로 생기는게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전 재학생에게 창업수업을 필수과목으로 듣게 한다면 곧 성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한남대는 'Student first, Start up first'란 비전을 내놓고 학생들의 창업 활성화를 통해 창업 친화적인 캠퍼스 문화 조성을 위한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지난 6월에는 창업최강대학 추진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해 '창업친화적 학사조직 결성', '창업 인프라 및 제도 확산', '교과 및 비교과 창업 프로그램 도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 총장은 "젊을 때 실패는 괜찮다. 제 꿈은 한남대 학생들이 CEO나 CFO 명함 하나씩 갖고 졸업하는 것"이라며 "교내에서 창업활동을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멘토(창업동행교수)를 배정해 창업 후에 무관심 때문에 실패하는 학생이 없도록 물질, 정신적인 측면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에게 교내에 더 많은 창업공간을 제공하기 위한 한남 창업클러스터 조성 및 운영계획도 추진 중이다. 이 총장은 "조만간 특색 있는 창업공간들이 교내에 등장할 것"이라며 "한남대가 성공적인 스타트업들의 메카로 자리 잡을 날도 머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덕훈 총장은 1976년 한남대에 입학해 총학생회장까지 지냈던 '모교 출신' 총장이다. 학생들이 '제자'이면서 '후배'인 것이다. 지난해 3월 취임한 이 총장은 가장 먼저 전용 관용차를 없애 절약한 1억5000만원으로 '다니엘 장학금' 만들었다. 솔선해 후배 사랑을 실천한 이 총장은 지금도 한시간 가량을 걸어서 출퇴근한다.
또한 일본 게이오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일본통인 만큼 일본 대학과의 교류 확대를 통해 제자들이 보다 넓은 세상을 경험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최근 일본의 요코하마에 있는 관동학원 총장과 만난 자리에서 담판을 통해 한남대 졸업생이 석사 입학 때 등록금 전액을 면제받도록 만든 게 좋은 예다.
이 총장은 학생들에게 "인생은 '선택'과 '도전'이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면서 "끊임없이 선택하고 도전해야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성취할 수 있다. 상대적이지만 세대를 망라하고 고단하지 않은 시절을 보낸 이들은 없으니 20대만이 가지고 있는 도전정신을 잃지 말고 정진했으면 한다. 여러분 뒤에 나와 학교
■ 이덕훈 총장은…
△1956년 대전 출생 △한남대 경영학과 학사 △일본 게이오대 상학 석·박사 △1992년 한남대 경영학과 교수 △2005년 한남대 기획처장 △2016년 한남대 16대 총장 취임
[디지털뉴스국 조성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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