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강(47)이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글이 뉴욕타임스 선데이리뷰(8일자)에 실린 후 미국에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기고문은 '미국이 전쟁을 언급할 때 한국은 몸서리친다'라는 제목으로 전쟁 트라우마를 안고 사는 한국인들의 깊은 심정을 담았다.
뉴욕타임스는 9일(현지시간) "한강은 60년 대치상황에서 축적된 불안감에 순응한다는 게 곧 굴복을 의미하는 게 아니며, 한국인들이 평화를 강하게 갈망하고 있다는 점을 다뤘다"고 평가했다.
한강의 기고문은 온·오프라인을 통틀어 가장 많이 읽히고 논쟁의 중심에 오른 글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 대북 이슈에 대한 미국 내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 해당 기고문에는 장문의 답글이 수없이 달리기도 했다.
기고문과 관련해 한국인들의 솔직한 심정을 보다 이해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저지시티 출신의 라이오넬 후츠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정치적 이유로 긴장을 높이고 있다"면서 "한반도의 전쟁은 상상할 수 없는 비극으로 이어질 뿐"이라고 공감의 뜻을 내비췄다.
그러나 한강의 기고문에 대해 북한 정권의 강도 높은 위협 등의 현재 상황과는 맞지 않는 감성적인 접근이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특히, 한강이 1950년대 한국전쟁을 이웃 강대국의 대리전으로 표현한 부분에 대해서는 반박이 잇따랐다.
워싱턴의 한 네티즌은 "한강 기고문은 아름답고 가슴을 울리지만 과연 김정은도 관심을 갖겠는가"라며 "분명 한국전쟁은 (대리전이 아니라) 북한의 남침으로 터졌다"고 꼬집었다.
앞서 한강은 해당 기고문을 통해 "우리는 바로 국경 너머에 있는 북한이 또 핵실험을 할까, 방사능이 누출될까 무섭다"면서 "우리는 서서히 고조되는 말싸움이 실제 전쟁으로 번질까 두렵다"고 전쟁의 위험 속 살아가는 한국인들의 속 깊은 인식을 전했다.
한반도 위기에도 짐짓 태연한 듯 지내는 한국인들에 대해서도 "이런 고요함이 한국인들이 정말 무관심하다
한강은 또 "우리는 평화가 아닌 어떤 해결책도 의미가 없고, 승리는 공허하고 터무니없으며 불가능한 구호일 뿐이라는 걸 안다"고 덧붙였다.
[디지털뉴스국 엄하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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