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비선실세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진 뒤 청와대 참모들이 최순실씨(61·구속기소)의 존재를 인정하자고 건의 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기소)이 이를 묵살했다는 안종범 전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58·구속기소)의 법정 증언이 나왔다. 박 전 대통령이 이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에 우병우 전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50·불구속기소)의 보고가 영향을 준 정황도 법정에서 공개됐다.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영훈) 심리로 진행된 우 전 수석의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혐의 등 20회 공판에 안 전 수석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권력실세'로 불리던 두 사람이 법정에서 처음 대면했다.
안 전 수석은 작년 10월 12일 미르·K스포츠재단과 비선실세 의혹이 언론을 통해 제기된 후 박 전 대통령을 면담했던 당시 상황에 대해 증언했다. 이 자리에는 우 전 수석과 김성우 당시 홍보수석(58)도 배석했다.
그는 김 전 수석과 함께 최씨 존재를 인정하자는 취지로 건의했지만 박 전 대통령이 "꼭 인정해야 하냐"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이 "우 전 수석은 별말이 없거나 소극적이었냐"고 묻자, 그는 "별말이 없었던 것은 맞고 소극적이었다는 것은 내가 판단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당초 박 전 대통령이 최 씨 존재를 인정하려던 분위기에서 비공개 결정으로 바뀐 정황에 대해서도 안 전 수석이 증언했다. 작년 10월 20일 개최된 대통령주재 수석비서관회의 말씀자료에는 '제(박 전 대통령) 주변에는 비선이니 실세니 하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습니다'로 기재돼 있다.
이에 대해 안 전 수석은 "당시 민정수석실에서 재단 및 비선실세 의혹과 관련해 '최씨는 민간인이기 때문에 직권남용죄 등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법률 검토 문건을 내놓았다"고 밝혔다.이어 검찰이 "대통령의 법률보좌관인
하지만 우 전 수석의 변호인은 "안 전 수석이 우 전 수석에게 법률 검토 문건을 급히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안 전 수석은 "정확한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채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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