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팬들이 제작하는 일명 '아이돌 전광판 광고'가 옥외광고계의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광장 로이터 전광판에 삼성, LG의 신형 스마트폰 광고도 아닌 아이돌그룹 워너원의 광고가 실렸다.
억대 수입을 벌어들이는 워너원을 위해 소속사에서 준비한 깜짝 선물일까? 아니다. 중국팬클럽에서 이들의 데뷔 100일을 축하하기 위해 세상에서 가장 비싼 전광판 11개 스크린을 12시간 동안 빌린 것이다. 이 전광판의 하루 광고료는 수억 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아이돌을 위해 팬들이 제작한 옥외광고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장소는 유동인구가 많고 광고 전달 효과가 뛰어난 지하철역이다. 지하철역은 스크린도어, 출구 옆, 계단 옆 심지어 기둥에까지 광고를 게재할 수 있어 팬들에게는 최적의 광고 장소로 손꼽힌다.
서울의 경우 지하철 2호선 라인이 일명 '광고핫플레이스'다. 아이돌 옥외 광고 업체 위나이스에 따르면 팬들이 가장 선호하는 역은 젊은 층 유동인구가 유독 많은 신촌, 홍대, 건대, 삼성, 잠실, 강남 등이다. 위치와 광고방식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가장 저렴한 광고는 250만원부터 가장 비싼 홍대입구역 9번 , 신촌역 2·3번 등 출구 앞 스크린의 광고비는 한 달 기준 450만원을 넘는다.
인기가 많은 역 일수록 각 팬덤 끼리의 광고판 자리선점 경쟁이 벌어진다. 프로듀스101 시즌2가 방영될 당시 각 연습생의 팬들은 경쟁하듯 투표를 독려하는 지하철역 광고를 제작했고 신촌역 내 거의 모든 광고판이 '우리 연습생에게 투표해주세요'라는 광고로 가득 차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졌었다. 옥외광고 업체 좋은광고SM 관계자는 아이돌 광고 제작건수에 대해 "한달에 약 10~20건 이상 꾸준히 아이돌 관련 광고를 제작 중이다"라고 밝혔다.
팬들은 광고제작비용을 '총알'이라 부르며 모금한다. 이 총알을 모아 광고를 제작하거나 선물을 구매하는 실질적 행위를 하는 팬을 '총대'라 부른다. 적게는 천원에서 많게는 몇백만원까지 총대 개인계좌로 송금한다.
이러한 모금 과정 중 자금 횡령이 발생하기도 한다. 일부 총대가 자신 개인 계좌에 모인 모금액을 횡령하는 것. 실제 모 아이돌 갤러리에서는 모금액에 비해 턱없이 작고 허접스러운 광고가 제작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심한 경우 모금액 전액을 횡령해 연락 두절 상태가 되기도 한다. 피해자는 대부분 10~20대 어린 팬들이기 때문에 경찰에 신고하기를 겁내고 또 전액 횡령이 아닌 이상 횡령 사실을 입증하기 힘들어 금전적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피해 위험에도 불구하고 팬들이 십시일반 적지 않은 돈을 모아 광고를 게재하는 이유는 '보람' 때문이다. 아이돌들은 자신의 광고가 걸린 지하철역으로 찾아가 팬들을 위한 인증샷
[디지털뉴스국 노윤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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