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 수만 명이 밀집한 서울 노량진 학원가에서 결핵 확진 환자가 발생해 보건 당국이 긴급 조사에 나섰다. 당장 감염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접촉 대상자만 5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인근 학원과 보건 당국의 안일한 대응이 도마에 올랐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달 29일 노량진 대형 공무원 학원에 다니는 A씨(23)가 결핵에 걸렸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30일 현장조사를 거쳐 현재 접촉자들을 대상으로 흉부X선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7일 밝혔다. A씨는 지난달 중순까지 이 학원에서 200여명이 듣는 대형 강의를 포함해 다양한 강의를 수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결핵 확진 판정 후 일주일이 넘은 시점인 7일까지도 인근 학원은 물론 같은 건물을 사용하는 수험생들마저도 학원으로부터 아무런 통보를 받지 못했다는 것. 학원 측은 보건소의 요청으로 결핵 환자와 같은 수업을 들었던 수험생들에게 검사를 받으라는 내용의 안내 문자를 보냈지만 다른 학생들에게는 이를 알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학원과 같은 건물을 사용하고 있는 한 학생은 "감염자와 같은 수업을 들은 친구에게는 검사를 받으라고 문자가 왔는데 난 문자를 받지 못했다"며 "시험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불안한 마음이 커 나도 검사를 받았다"고 전했다.
학원 측은 보건 당국의 지시를 따랐다는 입장이다. 이 학원 관계자는 "보건소에서 역학조사를 통해 결핵이 발생한 환자와 같은 수업을 들은 학생들 명단을 추려줬다"며 "보건소로부터 건네받은 명단에 따라 안내 문자를 발송했다"고 설명했다.
질병관리본부 결핵 조사과는 지난 6일 노량진에 이동식 임시검사소를 설치해 접촉대상자를 대상으로 무료 결핵 검사를 실시하고 있지만 초동조치에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30일 역학조사관을 급파해 확진자가 접촉한 인물이 500여명에 달한다는 결론을 내리고도 일주일 뒤에야 보건소 검진 일자를 정하거나 상황전파를 학원에게 일임해 피해가 급속도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직장인이 아니다 보니 건강검진 등을 받을 기회가 적어 결핵 보균 여부를 알기 어려웠다는 게 보건 당국의 설명이다. 동작구 보건소 관계자는 "밀폐된 공간에서 면역력이 약해지면서 결핵균을 보균하던 환자에게 결핵이 발병한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결핵균이 공기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전염됐을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는 결핵에 걸린 것으로 확인되는 접촉자들에 대해서는 치료를 안내하는 등 조치하고, 나머지에 대해서는 오는 11∼12일 1차 잠복결핵검사를 실시한 뒤 내년 2월 2차 검사를 할 예정이다. 잠복결핵은 결핵균에 노출돼 감염은 됐으나 실제 결
지난해 신규 결핵 환자는 3만892명이었다. 보건당국은 결핵 확진자가 학교, 병원 등 집단시설에서 생활한 것으로 파악되면 접촉자의 결핵 감염 여부를 파악한다. 조사 건수는 연간 3500여건, 검사를 받는 접촉자는 18만명 가량이다.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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