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해병대 출신만 알아볼 수 있다는 독특한 글씨체가 화제가 되고 있다. 이 글씨체는 '해병체'라 불리며 누리꾼들 사이에서 "해병대 출신인데 나도 잘 못 읽겠다.", "실제로 존재하는 게 맞냐"며 글씨의 진위를 두고 논란이 분분하다.
'해병체'는 간부들보다 병사들 사이에서 내려오고 있으며 내부에서는 '귀신체', '오도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귀신체'라는 이름에는 해병대가 귀신을 잡아 그들의 글자를 뺏어 해병대의 글씨로 만들었다는 유래가 전설처럼 전해진다. '오도체'라는 명칭은 해병대의 과한 군기문화가 '오도됐다'라는 뜻에서 붙여진 것으로 알려졌다.
'해병체'가 있는 부대는 한정돼 해병대 출신이라 하더라도 매우 소수만이 읽고 쓸 수 있다고 한다.
해병대 출신 박 모씨(27)는 "겉보기엔 한자 같아 보여도 자·모음이 있는 완전한 글자"라며 "선임들이 쓰는 것은 봤지만 아직도 후임에게 전달되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사진을 보면 같은 해병체라 하더라도 조금씩 다른 모양이다. 모음은 알아볼 수 있지만 자음의 형체가 불분명한 것이 특징이다. 읽는 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일정한 규칙에 따라 모음의 모양을 변형시킨다. 같은 '해병체'라도 모양이 각자 다른 것은 부대마다 이 규칙이 다르기 때문이다.
'해병체'가 쓰인 해당 사진은 전역하는 선임 해병에게 같은 소대에 근무한 후임 해병들이 만들어 주는 '추억록'의 일부다. 해병대 출신에 따르면 "해당 추억록에 최근 쓰이지 않는 '방위'라는 단어가 사용된 것으로 볼 때 대략 80년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용은 해병대 상징 중 하나이며 군복의 무늬 또한 80~90년대 해병대의 위장복"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에는 '해병체' 사용을 지양하는 분위기라는 얘기도 있다. 해병체를 외부에서 알아볼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해 타군을 비하하거나 지나치게 집단의식을 강화하는 좋지 않은 관습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해병대를 전역한 김 모씨(29)는 "해병체로 추억록을 만드는 것 자체는 좋은 전통이지만 해병대 내에서 과한 군기 문화를 없애자는 분위기를 따라 해병체를 쓰는 부대원들도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누리꾼들은 '해병체'를 보고 "요즘 유행하는 캘리그라피같다", "아랍어처럼 생겼는데 한국어였다니", "읽기는 하겠지만 거의 암호 해독 수준" "어떻게 쓰는지 한번 배워보고 싶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디지털뉴스국 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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