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이 최근 2년 간 총 53차례 저시정 경보가 발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저시정(視程) 경보는 안개, 뇌전, 대설, 강수 등으로 인해 발효되며 인천국제공항은 국내 공항 가운데 경보 발효 횟수가 가장 많았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특히 이 가운데 안개로 인한 저시정 경보 발효는 35회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23일과 24일 인천국제공항을 오가는 항공편 운항이 무더기로 차질을 빚으면서 한 해를 마무리하는 연휴를 즐기려던 여행객들이 큰 불편을 겪게 된 것은 짙은 안개가 주된 원인으로 꼽힙니다.
항공기가 정상적으로 이착륙하려면 가시거리, 구름의 높이, 바람, 활주로 상태 등의 영향을 받는데 짙은 안개로 인해 가시거리가 짧아지는 바람에 항공편 지연과 결항이 속출했습니다.
실제 항공기상청은 23일 오전 6시 20분부터 11시 30분까지 인천공항에 저시정 경보를 발령했습니다. 이후 기상 상황이 나아지는 듯했으나 오후 5시 30분을 기해 저시정 경보가 다시 발령됐다가 오후 11시에 해제됐습니다. 24일에도 오전 1시 35분을 기해 저시정 경보가 내려졌다가 오전 5시 45분 해제됐습니다.
가시거리가 400m 미만일 때 저시정 경보가 내려지는데 전날 한때 인천공항의 가시거리는 50m 수준까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인천 영종도에 있는 인천공항은 지리적 특성상 안개에 취약해 입지가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인근 바다로 인해 해무가 자주 끼어 항공 운항에 영향을 준다는 얘기는 줄곧 나왔습니다.
작년 1월부터 올해 11월까지 안개, 대설, 강수 등으로 인한 국내 주요 공항의 저시정 경보 발효 통계를 보면 인천공항이 총 53회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제주·김해공항이 각 37회, 김포공항이 29회로 뒤를 이었습니다.
특히 안개로 인한 저시정 경보 발효는 공항별로 인천 35회, 제주 24회, 김해·김포 각 21회로 집계됐습니다.
하지만 김포·제주공항 등은 1시간마다, 인천공항은 30분마다 기상관측을 통해 저시정 경보를 발효해 이 같은 차이가 큰 의미를 갖지는 않는다고 공항기상청은 설명했습니다.
공항기상청 관계자는 "(인천공항의 경우) 섬 가운데 주로 고기압이 형성돼서 하강기류에 의해 섬 바깥으로 바람이 불어 나가는 구조"라며 "인천공항이 김포공항이나 제주공항보다 안개가 자주 끼는 편은 아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인천공항의 경우 가시거리가 짧은 상황에서도 비행기의 이착륙이 가능한 운영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어제의 경우 비나 눈이 온 상태에서 기온이 올라가며 대기 상태가 매우 습해지고 해무가 몰려와 가시거리가 특히 좋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실제 인천공항은 2003년 9월부터 활주로 가시 범위가 75m만 확보돼도 이착륙이 가능한 'CAT-Ⅲb' 등급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대규모 결항과 회항이 발생한 데 대해 공사 관계자는 "공항이 CAT-Ⅲb의 운영등급을 유지한다고 해도 모든 항공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저시정 상황에서의 이착륙을 위해서는 공항뿐 아니라 항공기 장비와 숙련된 조종사 등이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방장규 한국교통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인천공항이 최악의 기상 상황에서도 이착륙이 가능한 운영등급을 갖추고 있다고 해도 항공기들이 그에 걸맞은 장치를 장착하지 못했다면 소용이 없다"며 "비용 발생 등의 문제로 고도화된 ILS(계기착륙시설·Instrument Landing System) 장치를 갖추지 못한 항공기가 많아 저시정 상황에서 제대로 이착륙을 못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항공기 운항이 대규모 차질을 빚으면서 일부 승객들은 항공사로부터 제대로 된 설명조차 듣지 못한 채 몇 시간이나 기내에 머물러야 했습니다. 또 일부 승객들은 공항에서 노숙하는 등 밤사이 극심한 혼란이 빚어졌습니다.
이 때문에 해외 크리스마스 연
전날 오후 8시께 호주 시드니로 향하는 항공편에 탑승할 예정이었던 한 승객은 "전날부터 24일 새벽 3시 넘어서까지 항공사에 항의하다가 결국 동인천으로 나와 자비로 숙박시설을 잡았다"며 "항공사 측이 기상이변을 내세워 보상을 거부하고 숙박과 차편 서비스조차 제공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