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준비생인 A 씨는 생활비 때문에 취업준비와 아르바이트를 병행한다. 폐기 식품으로 끼니를 때울 수 있어 일부러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택했다.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삼각김밥, 컵라면 등으로 세 끼를 해결한다. 내일을 위해 오늘의 건강을 포기한 셈이다.
대학생 B 씨는 친구들이 '밥이나 한번 먹자'라는 말이 두려워 갖은 핑계를 대며 슬그머니 빠지곤 했다. 친구들과의 약속은 곧 예상하지 못한 지출로 이어졌기 때문. '오늘 이만큼 쓰면 내일 점심은 걸러야지' 텅 빈 지갑 사정만 생각하면 친구들과의 만남이 부담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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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보통 작가가 들려주는 `청년의 삶` [사진 제공 = 기아대책 홈페이지] |
기아대책은 2017년 총 4차례에 걸쳐 신청자를 받았다. 지원동기가 담긴 신청서(50%)와 소득증빙서류(50%)로 지원자를 선정한다. 선발된 학생들에게는 학생식당에서 이용할 수 있는 식권 50매 구매 비용(약 17만원)을 지원한다. 1차 신청에 90여 명의 청년들이 각자의 사연을 전달했고 지난 4월부터 총 121명이 청년도시락 사업을 지원받았다.
사업을 진행하던 담당자들도 놀랄 정도로 어려운 현실에 처한 대상자들이 많았다. 생활비가 떨어지면 굶는 일이 잦아 위염진료를 받은 청년이 포함됐다. 아버지가 병상에 누워있어 아르바이트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청년도 있었다. 이들에게 식사를 포기한다는 건 단순히 배고픔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한 청년은 "함께 밥 먹자는 친구를 피하고, 식사라 할 수 없는 것들로 허기를 때우며 '자존감'을 포기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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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제공 = 기아대책 홈페이지 ] |
별 것 아니라 느껴질 수 있는 한 끼는 이들에게 취업을 준비할 시간, 끊었던 친구들을 다시 만날 수 있게 됐다. 취준생 김 씨는 "끼니 걱정에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했었는데 식비 지원을 받아 독서실 아르바이트로 옮겼다"며 "일과 공부를 병행할 수 있어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대학생 황 씨는 "매 끼니를 걸렀는데 이제 돈 걱정 없이 세 끼를 챙겨먹을 수 있게 됐다"며 "새로운 자격증 시험과 대외활동에 도전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윤해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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