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구 군용버스 추락…"안전벨트 안했다, 브레이크 문제다" 증언 속속

양구 군용버스 추락…"안전벨트 안했다, 브레이크 문제다" 증언 속속

↑ 양구 군용버스 추락 /사진=MBN

"터널을 빠져나와 내리막 구간 운행 중 여러 차례 제동장치를 밟았는데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군 의무대 진료를 마친 신병 22명을 태우고 부대 복귀 중 20ｍ 아래로 추락한 군용버스 탑승자는 사고 수습에 나선 경찰 등에 사고 순간을 이렇게 전했습니다.

사고는 2일 오후 5시 3분께 양구군 방산면 고방산리 일명 도고 터널 인근에서 발생했습니다. 사고 버스에는 육군 21사단 신병교육대 소속 신병 20명을 비롯해 운전병과 인솔 간부 등 22명이 타고 있었습니다. 입대 후 1∼5주차 훈련 중이던 신병들은 감기 등 질환으로 군 의무대에서 진료를 받고 부대로 복귀 중이었습니다.

↑ 양구 군용버스 추락 /사진=MBN

군 의무대가 있는 양구읍에서 방산면의 소속 부대로 가는 길은 긴 오르막이 끝나는 지점이자 산 중턱에 자리한 도고 터널을 지나야 합니다. 도고 터널을 빠져나오면 다시 긴 내리막 구간이 이어집니다. 당시 장병과 인솔 부사관 등은 터널을 빠져나온 버스가 내리막 구간을 지나면서도 속도가 줄지 않았다고 경찰 등에 전했습니다.

한 장병은 "운전자가 여러 차례 제동장치를 밟았는데도 속도가 줄지 않았다"며 "핸드 브레이크를 잡았는데도 여전히 제동되지 않아 결국 사고로 이어졌다"고 구조에 나선 경찰에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 양구 군용버스 추락 /사진=MBN

하지만 119 한 구조대원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사고 당시 구조했던 한 신병에게 '병사들이 안전벨트를 매고 있었냐'는 질문에 "안전벨트를 착용 하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버스 자체의 문제 뿐만 아니라 군 당국의 안전불감증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사고가 난 곳은 오른쪽 굽은 내리막 도로로, 얼어있는 상태는 아니었다는 게 경찰의 추가 설명입니다. 사고 직후 버스는 녹색 천으로 덮였고, 차량 앞바퀴는 사고 충격으로 분리돼 떨어져 나가 있었습니다. 버스가 들이받은 가드레일은 왼쪽으로 찌그러졌고 앞범퍼 페인트 자국이 남았습니다.

경찰은 버스가 도로 왼쪽 가드레일을 들이받은 뒤 완만한 경사지를 타고 20여ｍ 아래로 추락하는 과정에서 충격으로 버스가 크게 훼손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만큼 사고 현장은 아수라장이었습니다.

그나마 버스가 수차례 구르는 과정에서 잡목 등을 거치면서 충격이 다소 완화됐습니다.


그러나 사고 현장에 선명하게 남은 검은 타이어 자국은 다소 의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제동장치 고장과 브레이크 조작으로 발생한 스키드 마크 자국은 서로 부합하지 않는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눈으로 어림잡은 현장에 남은 타이어 자국의 길이는 20ｍ가량으로 왼쪽 바퀴 타이어 자국은 일정하게 쭉 이어지지만, 오른쪽 바퀴는 부분부분 찍혀 있었습니다. 타이어 자국이 왼쪽 바퀴부터 찍힌 것으로 보아 당시 버스가 왼쪽으로 기울어졌거나 왼쪽 바퀴와 오른쪽 바퀴 제동력이 달랐을 가능성을 짐작게 했습니다.

이 때문에 사고 현장에 타이어 자국이 생긴 요인도 사고 원인 규명에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경찰은 "내리막 구간에서 제동장치가 말을 듣지 않았다는 게 인솔 부사관 등의 진술"이라며 "그나마 사고 직후 119와 군부대, 경찰 등이 신속하게 현장에 접근해 부상 병사들을 일사불란하게 옮겼다"고 말했습니다.

군부대 관계자는 "버스 운전병과 인솔 간부, 탑승 장병 등의 진술과 현장에 남은 타이어 자국, 차량 정비 상태 등을 토대로 사고 경위를 조사할 방침"입니다.

한편 이 사고로 버스에 탄 신병과 버스 운전병 등 22명이 다쳤다. 이 중 3명이 중상이고 19명은 경상입니다. 춘천성심병원에서 치료 중인 병사 1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21명은 상태가 다소 나아져 춘천과 홍천 국군병원으로 나눠 입원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