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또 하나의 신화를 이룩한 사람, 한국 역사상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인 호주오픈 4강에 진출한 정현 선수가 있죠.
'누구와 맞붙든 상관치 않는다'
고도 근시와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이겨내고 4강진출을 확정 지은 후, 그가 한 말입니다.
세계적인 선수들 앞에서도 주눅들지 않는 배짱과 유쾌한 화술 그리고 제스처 하나하나까지, 전국은 간만에 기분 좋은 '정현앓이'에 빠졌습니다.
특히 20~30대는 힘든 취업, 나날이 오르기만 하는 집값, 한낱 꿈이라도 가져볼까 했던 가상화폐마저 풍비박산난 지금, 스스로 성공을 일궈낸 정현에게 잠시나마 자신을 투사하며 열광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 꼭 있습니다.
평소에는 관심도 없다가 잘 되니까 이제와서 슬금슬금 숟가락 얹는 사람들이요.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강남구청장에 도전장을 낸 여선웅 특보를 '강남의 정현'으로 소개했고, 같은 당 김현 대변인은 정현 선수와 이름이 같은 걸 강조하며 '현의 승리'라고 올렸죠.
자유한국당 김학용 의원과 국민의당 이찬열 의원은 학교 동문임을 과시했으며, 여기저기서 우리 지역구 출신이다, 경기도 출신이다, 같은 학교 나온 동문이라며 난리도 아닙니다.
'정현 때문에 살 맛 난다', 하루하루 고달프게 살아가는 국민들은 지금 정현 선수를 통해 위안과 희망을 찾고 있습니다.
그런데 살맛나게 해달라고 뽑아놓은 그분들은, 국민을 살맛나게 하긴 커녕, 우울하게 만들고 있지요. 지금 국민에겐 절실한데, 국회를 통과못한 법안이 얼마나 된다고 했었죠? 엉뚱한데 가서 숟가락 얹을 시간에 제발 국민을 위해 맡은 일이나 좀 해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