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은 7일 검찰이 김관진 전 대통령 국가안보실장에 대해 직권남용 등 혐의로 청구한 구속영장을 "범죄 사실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다"며 기각했다. 검찰은 "비상식적 결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또 현직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도 동료 판사의 결정에 대해 기각 사유 설명이 충분치 않다며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날 김동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49·사법연수원 25기)는 본인 페이스북에 김 전 실장 구속영장 청구 기각 기사와 함께 '판사는 판결로 말한다'는 제목의 글 등을 게시했다.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인 김 부장판사는 2014년 9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대선개입 혐의 1심 재판과 지난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 결과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김 부장판사는 해당글에서 지난해 3월 사법연수원에서 진행된 형사재판장 실무연수에서 신광렬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53·19기·현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자신이 왜 그런 판결을 내렸는지 필요 충분한 이유를 다 적시해야 하고, 인터뷰 등의 방식으로 설명하는 것은 '판사는 판결로 말한다'는 법언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사회를 뒤흔드는 역사적인 주요사건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이 한 마디가 주권자인 국민에 대해 최소한의 예의를 갖춘 이유 또는 설명이 되는 것일까"라고 반문하며 "구속영장 발부·기각 여부를 떠나 국민들에게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최소한의 설명조차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형사소송법의 구속요건과는 전혀 무관한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정체불명의 용어를 사용하고 아무런 설명도 안 해 주권자인 국민들에 대해 여전히 법원 조직이기주의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 "국민들은 바보가 아니다. 판사들이 실질적인 맥락의 이유의 설명도 없이 나름대로 어떤 결론을 내린 채 국민들을 향해 '그런 줄 알라'라고 말하지 말라. 당신들은 신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는 지난해 11월 김 전 실장 구속적부심 심사를 맡은 신 전 수석부장과 이날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담당한 허경호 부장판사가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그를 석방하고 영장을 기각한 것에 대해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법원 내에서는 검찰은 물론 김 부장판사의 주장에 대해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나온다. 보통 언론에 밝히는 영장 발부·기각사유는 형소법 제70조에 근거해 최대한 압축해서 표현한다. 대신 검찰에는 기각 결정을 내릴 경우 상세하게 적는 경우가 일반적이라는 게 판사들 의견이다. 즉 검찰이나 김 부장판사가 마치 언론에 공개된 사유가 전부인 듯 본인 주장들을 펼치는 것은 지나치게 여론을 의식한 행위라는 비판이 나온다.
또 간단히 사유를 밝히는 것은 수사기관을 배려하는 측면도 있다는 게 법원 내 의견이다. 영장전담 재판부를 맡았던 한 부장판사는 "수사과정의 일부인 영장심사에서 언론·
한 고등부장판사는 "본인이 기록을 보지 않고 동료의 판단을 문제 삼는 것은 법관으로서는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채종원 기자 / 성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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