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아파트 단지 113곳으로부터 170억원 상당 공사를 발주받는 과정에서 담합해 공사비를 부풀리고 부실 공사를 초래한 전문건설업자 등 86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아파트 도색 전문건설업체 관계자 52명, 불법 하도급업자 13명, 건설업체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아파트 동대표 16명 등 총 86명을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혐의로 검거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1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정 모씨(57) 등 18개 건설업체 관계자 52명은 2012년 3월에서 2016년 12월까지 서울 및 수도권 21개 아파트 단지에서 발주한 89억원 상당 재도색 공사 입찰에서 순번을 정해 가격을 미리 협의했다. 이들은 아파트 단지의 재도색 공사 시기와 장기수선 충당금을 인터넷 사이트에서 확인해 입찰 공고 전 단계부터 동대표 회장, 관리사무소 직원 등과 접촉했다. 업자들로부터 1억 200만원 가량을 수수한 동대표 회장 등은 공사를 맡길 업체를 정하는 '제한 경쟁입찰' 과정에서 특정 사업자들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참가 자격을 구성했다.
경찰은 또 96개 아파트 단지의 116억원 상당 재도색 공사에서 전문건설업체로부터 불법 하도급을 받은 이 모씨(59) 등 무등록 건설업자 13명도 검거했다. 이들은 건설업체 소속 직원인 것처럼 가짜 명함을 갖고 공사 전체 또는 일부에 참가하거나 다른 업체에 재하도급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이들 역시 원청인 건설전문업체들의 횡포에 시달렸다"고 경찰 관계자는 전했다. 담합을 통해 공사를 수수한 건설업체들이 적게는 최초 공사비 16%에 최종 하도급 업체에 공사를 맡긴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공사 현장에서 직접 작업했던 한 하도급업체 대표 정 모씨는 작업 중 떨어져 숨지기도 했다"며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배경에도 원청의 갑질과 횡포를 참지 못한 하청업자의 제보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런 범죄의 피해는 아파트 부실공사로 이어져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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