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학년도부터 중·고교생이 쓸 새 역사교과서 집필기준 시안에서 '대한민국은 한반도 유일의 합법 정부', '북한의 남침'과 같은 표현 등이 빠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이전 정부 때와는 달리 진보성향 학자들의 입장이 주로 반영된 까닭이다. 보수성향의 교육단체들은 "아직까지 정치적 이해가 엇갈리는 사안인 만큼 교육부가 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2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중학교 역사·고등학교 한국사 교육과정 및 집필기준 시안'을 공개했다. 이번 시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대한민국이) 한반도 유일의 합법 정부'라는 표현이 빠진 점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진은 대한민국이 '한반도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표현이 적절하지 않아 시안에서 사용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해당 표현의 원전으로 알려진 '유엔(UN)총회 결의안 195호'의 해석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데다 '한반도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표현은 지난 1991년 남북한이 유엔에 동시 가입한 이후 상황을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시안 작성에 참여한 신항수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박사는 "시안을 만들면서 7개 대학 학자들에게 자문을 구한적이 있는데 6개 대학에서 '한반도 유일 합법정부'라는 표현을 빼는 것이 좋겠다는 취지로 답변했다"며 "해당 표현은 오히려 지난 2011년 이명박 정부 당시 무리하게 교과서 집필기준에 들어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 북한의 '남침' 표현이 빠진 것에 대해서도 이견이 일고 있다. 보수·진보진영을 막론하고 대부분의 학자들이 남침을 역사적 사실로 인정하고 있지만 이를 집필기준에 적시해야 하는지, 미국의 남침 유도설을 언급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집필기준에서 동북공정이나 새마을운동, 북한 도발 관련 언급을 하지 않은 것도 마찬가지다. 현행 교과서 집필기준(2009 개정 교육과정)에도 새마을운동이나 북한 도발에 대한 구체적 서술 기준은 없지만, 고교 한국사 8종 모두 새마을운동과 연평도 포격 사건을 언급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6종)와 천안함 피격(5종)도 대부분의 교과서에 실렸다.
보수성향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은 이번 시안에 아쉬움을 표시했다. 교총 관계자는 "교육분야에서 정치적인 이해가 엇갈리는 사안을 결정할 때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 교총의 기본입장"이라며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가 빠진 점, '한반도 유일 합법정부'라는 표현이 빠진 점 등은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또 다른 정쟁을 불러일으킬 수
이에 대해 교육부는 "평가원 최종보고서(시안)는 교육과정 개정 과정에서 제시된 하나의 의견"이라며 "역사학계의 중론과 국민 여론 등을 고려하고 교육과정심의회 심의와 행정예고를 거쳐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효혜 기자 / 김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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