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 논란에 이어 이른바 '호텔공사장 갑질'로 구설에 오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부인)이 출국금지 조치를 받았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8일 이 이사장에 대해 출국금지를 요청했고 법무부가 출국금지를 승인했다고 9일 밝혔다.
경찰은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이 이사장의 갑질 의혹이 제기되면서 지난달 23일부터 사실관계 및 범죄 혐의점을 파악하는 데 주력해왔다. 2014년 5월께 한진그룹 계열사인 그랜드하얏트인천 호텔 증축 공사장에서 이 이사장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분노한 모습으로 공사 관계자들에게 고성을 지르면서 무릎을 걷어차고 서류뭉치를 던지는 영상이 공개됐다.
경찰은 최근 피해자와 접촉해 영상 속 인물이 이 이사장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피해자가 이 이사장의 처벌을 원한다는 점에서 지난 4일 이 이사장을 폭행 및 업무방해 혐의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하고 형사 입건했다.
대한항공 직원들은 공개 채팅방을 통해 이 이사장이 그룹 계열사 직원이나 운전기사, 가정부 등에게 갑질을 일삼았다는 제보를 쏟아냈으며 제주도 제동목장에 백조(고니)를 밀반입해 관리 담당 임직원에게 폭언·폭행을 일삼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경찰은 추가 피해자를 최대한 확보해 확인한 뒤 이 이사장을 소환할 방침이다.
한진그룹은 이 이사장과 관련해 쏟아지는 의혹에 대해 A4용지 5매 분량의 해명자료를 내고 상황 수습에 나섰다.
한진그룹은 해명자료에서 "일부 폭행 내용에 대해서는 (이 이사장이) 그 사실을 인정하고 뉘우치며, 피해자를 비롯한 모든 분들께 사죄를 드린다"면서도 "일부는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보도되고 있어 해명한다"고 밝혔다.
한진그룹은 우선 이 이사장이 그룹 내 직책이 없이 관여해 논란이 된 호텔 업무는 조 회장이 '컨설턴트' 자격으로 점검하도록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직원에 대한 폭언·폭행 의혹은 전면 부인했다. 호텔 직원 해고 의혹에 대해서는 "이 이사장이 인사권을 갖고 있지 않다"고 일축했다. 과도한 서비스 요구 의혹도 '손님 입장'에서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동목장 백조 밀수에 관해서 "정상적인 수입절차를 거쳤다"면서 "당초 제주민속촌에서 사육했으나 관광객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건강이 나빠져 쾌적한 환경을 갖춘 제동목장으로 옮겨 사육했다"고 해명했다. 이 이사장이 백조 관리 직원을 폭행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전담 직원을 따로 두지 않는다"면서 "계열사 임원들이 제동목장과 관련한 보고를 하지 않으며 관련 사실을 알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해명자료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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