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변호사에게 이혼 상담을 하는 것처럼 꾸며 전화로 성희롱 한 현직 판사가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법원은 "통상적인 수위에서 징계가 이뤄졌다"는 입장이지만 "또다시 제 식구에게만 관대한 처분을 내렸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15일 대법원은 "이혼 상담을 가장해 여성 변호사에게 음란한 내용의 말을 한 서울중앙지법 이 모 판사에 대해 감봉 3개월의 징계를 처분했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법관은 법관으로서의 품위를 손상하고 법원의 위신을 떨어뜨렸다"고 징계 사유를 설명했다.
법관징계법상 판사에 대한 징계 처분은 정직과 감봉, 견책 3가지만 가능하다. 따라서 이 판사는 재임용에 탈락하거나 스스로 사직하지 않는 한 법관직을 유지하게 된다. 법관은 헌법에 따라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지 않는 한 파면되지 않는다.
이 사건은 지난 2월 14일 법학전문대학원 출신 변호사들의 인터넷 카페모임인 '로이너스'에 한 여성 변호사가 '가사상담을 빙자한 성희롱 전화를 받았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이 변호사는 한 남성이 사무실로 전화해 자신을 지목하면서 이혼 사건을 상담했고, 부부 성관계와 관련된 은밀한 내용 위주였다고 글에 적었다. 또 상담 종료 후 성희롱을 당했다는 느낌에 남성이 전화한 사무실 번호를 확인해보니 현직 판사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후 직접 법원에 진정을 제기했다.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은 지난 3월 피해자의 진정을 접수한 뒤 진상 조사에 나섰고, 이후 해당 판사에게 직접 성희롱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징계 청구권자인 민중기 서울중앙지법원장(59·사법연수원 14기)은 같은 달 30일 법관징계위원회에 해당 판사에 대한 징계를 청구했다.
이를 두고 법원이 또다시 현직 판사의 비위에 대해 관대한 처분을 내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지난해 지하철에서 휴대전화 카메라로 여성의 신체를 몰래 촬영한 혐의로 벌금 300만원이 확정된 또다른 판사 역시 감봉 4개월 처분에 그쳤다. 감봉은 월급의 3분의 1 이하를 삭감하는 징계로, 퇴직 후 변호사 개업을 하는 데 제한을 받지 않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과거 징계 수위 등 전례가 어떠했든 간에 법원이 또다시 스스로 국민들의 신뢰를 저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사회적으로 성비위 사건이 문제 되는 상황에서 성희롱·성폭력 문제에서는 징계 수위를 크게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부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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