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처음 변호사 선임 시 특정한 보수를 약속했더라도, 이후 재판 결과 등 바뀐 사정에 비춰 약정 금액이 지나치게 과하다면 그 중 일부만 줘도 된다는 기존 판례를 재확인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7일 변호사 박모씨가 "처음 약정했던 착수금 전액을 지급하라"며 의뢰인 조모씨 등 3인을 상대로 낸 소송 상고심에서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 약정 보수를 제한할 수 있게 한 기존 판례를 유지했다.
재판부는 "고도의 공공성과 윤리성이 요구되는 변호사 직무 특성상 소송 위임 계약에서 '신의 성실의 원칙'과 '형평의 관념'이 더욱 강하게 요구된다"며 "사건처리 경과와 난이도, 의뢰인이 얻게 된 구체적 이익 등 여러 사정에 비춰 보수가 부당하게 과다할 경우 적당한 범위의 보수만을 청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사건에 있어서는 박씨가 처음 받기로 했던 보수가 부당하지 않다고 보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전부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동부지법에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계약에서 정한 변호사 보수는 착수보수금의 정도, 사건의 난이도, 소송수행 내용, 소송수행상 과실 인정 여부 등에 비춰 특별한 사정이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며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조씨 등은 앞서 전국교수공제회 임원들의 500억원대 횡령 범죄를 저지르자 "관리·감독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하기로 하고, 착수금 3500만원에 박씨를 선임했다. 하지만 일부 피고들이 소장을 내기 전에 계약 해지를 통보한 점, 소송에서 패소한 점 등을 근거로 당초 계약금보다 적은 2000만원만 지급했다. 반면 박씨는 처음 계약에 따른 보수 35
앞서 1·2심은 "의뢰인과의 관계, 사건처리 경과와 난이도, 노력의 정도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해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형평의 관념에 따라 보수액이 부당하게 과다할 경우 감액할 수 있다"고 판단해 보수를 2000만원만 준 것은 적절하다고 봤다.
[부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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