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사회를 대비해 스마트 오피스를 도입하고 700석 규모의 대강당과 컨퍼런스룸, 시청각실이 있는 컨벤션 센터와 북 카페가 있는 곳. 건물은 요즘 유행에 따라 외관은 전체 통유리로, 가운데 공간은 훤히 비워 넓고 쾌적하게 지은 회사. 보통의 회사라면 '일할 맛 나겠다' 싶겠지요. 그런데 이곳이 공공시설이라면 어떨까요. 그것도 우리 세금으로 운영되는 교육청이라면 말이죠.
최근 서울시교육청이 청사를 신축하겠다며 설계공모전을, 그것도 국제적으로 해 당선작을 발표했습니다. 예정된 공사비는 1천억 원을 훌쩍 넘기고, 설계비만도 50억 원이 넘습니다.
문제는 이런 건물을 지을 만큼 여유가 있느냐는 겁니다. 지난해까지 서울시교육청이 안고 있는 부채가 무려 2조 원이 넘거든요. 물론, 지금 건물이 1981년에 지어져 낡고 좁아 2년 전부터 기금을 마련해 왔다고는 하지만 시설이 업무에 얼마나 지장을 주는지 시민들은 알 수가 없습니다. 더구나 빚을 지고 있는데 새 집으로 이사를 간다면, 그것도 훨씬 좋은 집을 지어 간다면 상식적으로 납득할 사람은 별로 없겠죠. 또 시민을 위해 여러 문화시설을 만든다지만 주변에 전시관과 공연장이 수두룩한데 굳이 더 지을 필요가 있는지도 묻고 싶습니다. 이미 같은 지역에 전국적으로도 유명한 초호화 청사를 가진 구청까지 있는데 말이죠.
중국 허베이성 다밍현의 청사는 지어진 지 100년이 다 돼 나무 계단이 삐걱거리고 벽이 갈라지는 건 물론 공무원들이 직접 주워온 땔감으로 불을 지피며일합니다. 반면 지역의 시민 병원과 고등학교는 최신식 건물로 현 내에서 가장 좋은 시설을 자랑하죠. '청사를 좀 옮겨야 하지 않냐'는 질문에 현 서기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청사는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건물이면 된다. 그보다 주민들의 주거환경 개선이 더 시급하다'고 말이죠.
이런 소신까진 바라지도 않습니다.
다만 호화청사, 혈세 낭비란 말 좀 그만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새로 지을 청사도 갚을 빚도 전부 시민이 낸 세금인데 어디에 어떻게 쓸지 정도는 허락을 받던지 그게 아니면 눈치라도 봐야 하는 것 아닐까요.
지금이라도 공공시설이 단순히 공무원들의 업무공간인지, 시민이 주인인 시민들의 공간인지부터 다시 생각해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