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산부인과 의사들의 선언으로 혼란은 더 커졌습니다. 해명자료까지 낸 보건복지부는 하지만 아무것도 바뀐 게 없다는 입장입니다. 낙태는 원래 불법이고, 1개월 자격정지 처분도 원래 법에 있었던 거라는 거죠. 달라진 건 낙태를 '비도덕적 의료행위'로 규정했다는 것 뿐이라는 겁니다.
그럼 의료계와 여성들은 왜 이렇게 반발을 하는 걸까요? 정부가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겁니다. 어쩔 수 없이 낙태를 해야 하는 경우가 수두룩한데, 처벌만 강화한다면 그 피해는 임신한 여성에게 다 돌아간다는 거죠. 그도 그럴 것이 형법상 낙태는 불법으로, 시술을 받은 사람도, 한 사람도 다 처벌 받습니다. 강간이나 친족 간 임신, 유전이나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임신 24주 이내에만 가능해서 이후엔 생존 자체가 불가능한 무뇌아라고 하더라도 낙태는 불법입니다.
융통성도, 현실성도 없는 법이 근본적인 문젠데, 거기다 갑자기 뚜렷한 명분도 없이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정부. 거기에 한 달 자격 정지로 자신의 생존권이 위태롭게 됐다고 우는 소리 하는 의사들 역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이 순간에도 원치 않는 임신을 했거나 기형아를 임신한 여성들은, 목숨을 건 고민을 해야하는데도 말이죠.
'낙태죄를 폐지해달라'
지난해 20만 명 넘게 국민청원이 이어지자, 정부는 낙태 현황과 사유에 대한 실태조사와 함께 입법부, 사법부와도 제대로 고민하고 논의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2012년 낙태를 위헌이라고 판결했던 헌법재판소도 판결을 예고한 상황.
전 세계 국가의 61%가 건강이 아닌 사회·경제적 이유로 낙태를 허용하고 있고, OECD 30개국 중 23개국에서도 같은 이유로 낙태를 허용하고 있는 지금, 우리도 이제 제대로 좀 논의를 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정책을 펼 때는 정확한 실태부터 좀 파악하고 그것을 통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우선이란 것쯤은 알고 있겠죠. 현실을 외면한 법 집행이라면 분명 문제가 있을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