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금이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를 돕는 경우는 이 외에도 많습니다. 13살 된 딸의 친구를 성폭행한 남성은, 아이 부모가 5천만 원을 받고 합의를 해준 덕에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았고, 여자친구를 폭행해 죽이고 시멘트로 암매장까지 한 남성은 고작 징역 3년을 받았습니다. 연을 끊다시피 살아온 피해자의 아버지가, 5천만 원을 받고 합의해 줬기 때문입니다.
원래 합의제도는, 피해자를 위해서 존재합니다. 그런데 지금 들으신 이런 경우들은, 피해자에겐 좋은 게 하나도 없습니다. 피해자 혹은 그 대리인이 합의를 해주면 형량이 대폭 감형되거나 처벌을 면할 수 있는 이 제도를, 가해자가 이용을 한 것밖엔 안 되죠.
그래설까요. 인터넷 포털엔 아무렇지도 않게 합의 감형을 받을 수 있는지를 묻는 글이 많이도 올라옵니다. 또 재판 중인 가해자는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면서도 동시에 유죄 선고를 받을 경우를 대비해 피해자 또는 유가족과 합의를 시도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심지어 합의를 해달라며 협박까지 하는 2차 피해까지 발생할 정도지요.
반의사 불벌죄, 합의라는 제도는 피해자의 회복과 전과자를 양산하지 않으려는 일종의 정책적 배려 차원에서 만들어진 겁니다. 하지만 미국과 독일, 중국 등 대부분의 선진국은 물론 이 법을 제정할 당시 참고했던 일본의 형법에도 없는 제돕니다. 우리 법에만 존재해 가해자들에게 자주, 유리하게 악용이 되고 있지요.
죄를 지으면 그에 준하는 벌을 받는 건 당연한 겁니다. 그리고 가해자를 용서할 권리는, 어디까지나 피해자에게만 있습니다. 그런데 피해자는 용서를 못 하고 있는데, 부모가, 또 법원이 대신 합의금을 받아주고 감형을 해준다? 법을 제대로 적용하고 판단할 수 없다면, 악용되지 않도록 법을 고쳐야 합니다. 법 때문에 피해자가 또 울고, 가해자가 또 웃는 일이 없도록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