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비리 문제가 올해 국정감사에서 주요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대한적십자사 등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에서도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졌다.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적십자사 국정감사에서 최도자 바른미래당 의원은 적십자사 공개채용 과정을 문제 삼았다. 최 의원에 따르면 지난 2011년 적십자사 경남지사 사무직 공채에 경남지사 사무처장(기관장) 이모씨의 조카 김모씨가 지원했다. 김씨는 6명이 통과하는 서류심사에서 6등으로 합격했지만 서류심사 통과자 중 자격증이 하나도 없는 사람은 김씨 혼자였다.
문제는 김씨의 외삼촌인 이씨가 면접 심사위원장으로 참여했다는 사실이다. 이씨는 조카 김씨에게 면접 최고점(25점)에서 1점 모자란 24점을 줬는데 다른 심사위원 중 김씨에게 24점 이상을 준 사람은 없었다. 서류 6등이었던 김씨는 면접에서 2등으로 통과했고 이후 본사에서 열린 2차 면접에서 3등을 해 탈락했지만 2등 합격자가 입사를 포기하면서 김씨가 최종 합격했다.
최 의원은 "채용 과정을 주도하던 이씨가 조카 김씨에게 어떤 특혜를 줬는지 명확한 규명이 필요하다"며 "채용 이후에도 전보 등의 특혜를 준 일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올해 초 복지부 감사관실이 산하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채용실태 특별점검을 했지만 조카의 면접을 삼촌이 주관했던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전관예우로 의심되는 정황도 밝혀졌다. 김순례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적십자사 감사실장 채용을 앞둔 지난 6월 중순 적십자사 간부급 직원이 감사원 현직 인사를 추천받기 위해 감사원을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7월 6일 감사실장 공모가 시작됐고 다양한 출신의 후보 12명이 지원했지만 결국 감사원 과장 출신인 A씨가 채용됐다. A씨의 감사원 퇴직일자와 적십자사 감사실장 공모 시작일자도 동일해 A씨 퇴직에 맞춰 공모가 시작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김 의원은 "피감기관인 적십자사가 감사기관인 감사원을 방문해 현직 인사를 추천받은 건 전관예우가 의심되는 대목"이라며 "감사원과 연관된 문제인 만큼 이번 비리 의혹은 감사원 감사가 아닌 검찰 수사로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적십자사에서 같이 일하던 직상급자를 면접관으로 맞아 정규직에 최종 합격한 사례도 8건이나 밝혀졌다. 최도자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2월 서울서부혈액원 정규직 간호사 공채에서 당시 이곳 계약직 간호사로 근무하던 박모씨와 최모씨에 대한 면접 심사위원으로 이들의 직상급자인 간호팀장들이 입실해 두 사람을 최종 합격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경북혈액원과 경기혈액원에서도 계약직이나 청년인턴을 직상급자가 직접 면접해 정규직에 최종 합격시키기도 했다.
채용비리 문제로 최근 적십자사 직원이 해임 처리된 사실까지 드러났다.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 8월 간호사 이모씨의 적십자사 채용비리를 주도한 광주전남혈액원 총무팀장 정모씨가 해임 처분을 받았다. 정씨는 광주전남지사의 사회복지자원봉사 실적관리 인증요원에게 적십자사 채용 시 가점사항인 이모씨의 봉사활동 시간을 챙겨달라고 요구했다.
이씨는 지난해 12월 채용에서 봉사활동 1232시간을 허위로 입력한 뒤 증빙서류가 없어 탈락했지만 올해 2월 채용 때 다시 지원해 서류전형에 합격했다. 이 과정에서 정씨는 면접관으로 참여해 이씨의 봉사활동 증빙서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노골적으로 높은 점수를 부여하며 그를 서류전형에 합격시켰다. 이 때문에 적십자사는 면접관 정씨를 해임 처분했다.
이날 적십자사와 함께 국감을 받은 국립암센터에서도 채용비리 사실이 드러났다. 김순례 의원에 따르면 올해 1월 국립암센터가 영상의학과 정규직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채용 시험문제 출제자가 당시 같이 근무하던 청년인턴과 임시직 직원에게 오타 수정 등을 부탁하며 문제를 미리 보여준 것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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