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소환을 앞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출석 전 검찰 포토라인 대신 대법원 청사 내에서 입장 발표를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사전 조율 없이 추진한 기자회견에 대법원과 검찰은 당황하고 있습니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내일(11일) 오전 9시쯤 대법원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에 대한 자신의 생각, 소회 등을 발표한 후 검찰청사로 이동할 예정이라고 어제(9일) 전했습니다.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로 전·현직 법관들이 대거 검찰 조사를 받고, 사법부의 신뢰가 추락한 데 대해 당시 사법부 수장으로서 입장을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 2017년 9월까지 오랜 기간 근무한 대법원에서 입장을 밝히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확한 입장발표 장소는 아직 대법원과 조율이 안 된 상태입니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대법원이 내부 기자회견을 허용하지 않으면 정문 밖에서라도 발표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포토라인에 서는 고위 인사가 검찰 출석 직전 다른 곳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발표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법조계 일각에서는 양 전 대법원장의 회견 방식이 여타의 사건 피의자들과 비교해 부적절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전직 대법원장이 검찰 포토라인에 서서 발언하는 상징적 장면을 피하기 위한 일종의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대법원에서 입장을 밝힌 뒤 취재진으로부터 질문 서너 개를 받을 수 있지만, 검찰 포토라인으로 이동해서는 질문을 해도 답하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입장문 발표 장소가 대법원이라는 점도 논란을 부추기는 요인이 됐습니다.
사법부 입장에서는 구속영장 청구와 기소를 앞둔 양 전 대법원장이 일종의 '전관예우'를 요청하는 시위성 퍼포먼스로 받아들일
사법부 수장에 대한 '특별대우'를 바라는 듯한 발언에 법원 내부에선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검찰 역시 말을 아끼곤 있지만 황당하다는 분위기입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입장발표 이후 기자들에게 질문을 받은 뒤 바로 앞 서울중앙지검 청사로 차를 타거나 걸어서 이동할 것으로 보입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