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벌어진 가혹행위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한 부사관에 대해 법원이 25년 만에 국가가 유족에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당시 가해자는 자신의 폭행 사실이 담긴 피해자의 유서가 나오자 이를 태워 없앴다고 합니다.
이혁근 기자입니다.
【 기자 】
지난 1994년 육군 부사관으로 근무하던 권 모 씨는 부대 창고에서 자신의 배에 스스로 총을 쏴 목숨을 끊었습니다.
당시 군은 권 씨의 직속상관이었던 중대장의 진술을 토대로 권 씨가 부친의 암 수술과 여자친구와의 문제 등을 비관하다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결론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유족들은 조사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국방부에 재조사를 요구했고, 그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앞서 진술을 했던 중대장은 권 씨에게 수시로 심한 욕설을 퍼붓고, 뒤통수를 때리는 가혹행위를 했던 겁니다.
또 권 씨가 "중대장의 폭행으로 군 생활이 힘들어 극단적 선택을 한다"는 유서를 남겼는데, 이를 병사에게 가져오게 해 그 자리에서 태워버린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법원은 "유서의 내용을 아는 부대원들이 많았는데도, 당시 부대에서 사고를 크게 키우지 않고 마무리하려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당시 군 수사기관이 유서 발견 병사를 조사하지 않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 인터뷰(☎) : 채다은 / 변호사
- "군대는 통제되고 격리된 집단이기 때문에 군 수사기관은 더욱 철저한 조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 판결입니다."
▶ 스탠딩 : 이혁근 / 기자
- "유족들은 2억 4천만 원의 배상금을 받게 됐지만, 25년 전 오히려 가해자의 말을 믿은 군의 첫 조사가 부실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MBN뉴스 이혁근입니다. [ root@mbn.co.kr ]
영상취재 : 김준모 기자
영상편집 : 이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