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23년 만에 다시 법정에 서게 됐습니다.
서울 연희동 자택은 물론 재판이 열리는 광주 현지도 출석을 앞두고 준비가 진행 중인데요.
내일(11일) 법정 출두를 앞두고 이번 재판을 둘러싼 쟁점, 법조팀 손기준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 질문 1 】
손 기자, 전두환 전 대통령 혐의가 사자명예훼손인데, 우선 이번 재판에서 가장 큰 쟁점은 뭡니까?
【 기자 】
네, 전 씨는 자신의 회고록에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가면을 쓴 사탄',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로 표현했습니다.
따라서 이번 재판은 회고록 속 내용이 허위 사실인지, 그리고 전 씨가 허위 사실을 알고도 고의로 작성했는지가 쟁점입니다.
앞서 지난해 2월 국방부 5·18 특별조사위원회는 "군이 헬기를 이용해 광주 시민에게 실탄 사격을 가했다"고 밝혔고요.
여기에 5·18 시민단체는 이번 재판을 '역사 바로 세우기의 일환'으로 까지 칭했습니다. 잠깐 들어보시죠.
▶ 인터뷰 : 조진태 / 5·18 기념재단 상임이사
- "이 재판을 통해서 엄중하게 벌을 가하게 된다면 이 부분은 전두환 씨가 저지른 여러 가지 근본적인, 중대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시발점이 될 것…."
【 질문 2 】
그런데 전 씨가 재판에 나오는 건 이번이 처음이죠? 앞으로 총 몇 번을 더 나와야 할까요?
【 기자 】
검찰이 전 씨를 재판에 넘긴 건 지난해 5월이지만, 전 씨는 여러 차례 이유를 들며 재판에 나오지 않았는데요.
결국 법원이 구인장을 발부하자, 끝내 전 씨는 재판에 나올 뜻을 밝혔습니다.
한편, 5·18 시민단체와 고 조비오 신부의 조카인 조영대 신부가 전 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도 진행 중인데요.
그런데 민사 소송은 형사 소송과 달리 변호인을 선임했다면, 꼭 얼굴을 비출 필요가 없습니다.
따라서 내일(11일) 재판을 제외하고 선고 때는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이는 만큼, 전 씨는 최소 한 번 더 광주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입니다.
【 질문 3 】
그렇다면, '사자명예훼손'의 처벌 수준은 어느 정도나 되나요?
【 기자 】
우리 형법을 살펴보면요.
사자명예훼손죄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명시됐습니다.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보단 형량이 낮지만,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와는 형량이 같습니다.
【 질문 4 】
요즘 명예훼손을 세게 처벌하는 경향이 있던데, 실제 재판에서 형량은 얼마나 나왔나요?
【 기자 】
대법원까지 확정된 판결을 살펴보면, 벌금에서 집행유예, 그리고 징역형까지 있습니다.
지난 2011년 대법원은 유관순 열사를 "여자 깡패"라며 비방한 혐의로 기소된 작가 김 모 씨에 대해 벌금 75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2013년엔 '북한군 개입설'로 논란을 일으킨 지만원 씨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2014년 3월엔 경찰 내부 강연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한 조현오 전 경찰청장에 대해 대법원이 징역 8월의 실형을 확정했습니다.
최근 명예훼손 혐의와 관련해 법원이 더욱 엄격한 판결을 내리고 있는 만큼, 전 씨가 구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 질문 5 】
그런데 손 기자, 보통 전직 대통령이 처음 법정에 출석하면 언론에 그 모습을 공개하지 않나요? 이번엔 그렇지 않다면서요?
【 기자 】
네, 이번 재판은 광주지방법원 201호 법정에서 열리게 되는데요.
하지만, 법원이 법정 내 촬영을 허가하지 않기로 하면서 재판 관련자와 방청권 보유자 등 100여 명만이 전 씨가 법대에 선 모습을 볼 수 있게 됐습니다.
과거 전·현직 대통령과 달리 전 씨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향후 재판에서도 법원이 법정 내부 공개를 허가하지 않을 경우, 법정 속 전 씨의 모습은 영원히 공개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 질문 6 】
마지막으로 손 기자, 내일(11일) 전 씨의 출발 시각이 오전 9시에서 30분 당겨졌네요?
【 기자 】
네, 전 씨의 자택이 있는 연희동에서 광주까지 거리가 있는 만큼, 이를 고려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전 씨가 탑승한 차량엔 기존에 알려졌던 이순자 여사와 변호사 외에, 전 씨의 최측근인 장세동 전 국가안전기획부장이 탑승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 씨 일행은 광주에 도착하기 전 모처에서 점심을 먹고 오후 1시 반, 법원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 앵커멘트 】
광주 시민들이 전 씨에게 바라는 건, 광주 망월동 5·18 민주화운동 묘역에서 '사죄한다'는 한 마디일 겁니다.
재판 진행 상황, 계속해서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뉴스추적, 손기준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