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도피 시절에도 캐나다에서 숨지는 그날까지, 20년 넘게 군인연금을 꼬박꼬박 챙겨온 것으로 드러났지요. 국방부도, 사법당국도 까맣게 모르고 있었죠. 다시 환수도 안 되는 돈입니다.
2016년 촛불집회 당시 계엄령 문건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도 수사를 피해 해외로 도피했죠. 그런데도 매달 군인연금은 지급되고 있습니다. 무려 월 450만 원씩이요. 피의자에게 정부가 다달이 생활비까지 보태주고 있는 셈입니다.
분명 군인연금법에는 군인 또는 군인이었던 사람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경우, 연금을 지급하지 않도록 돼 있습니다. 그래서 2003년에도 2014년에도 12·12 군사반란 가담자들이 군인연금을 달라며 소송을 했지만 모두 패소했던 거고요.
법이 이런데도 유독 '해외'로 도피한 군인들만은 숨어서 연금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이유가 뭘까요. 법에 허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연금 지급을 중단하려면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돼야 하는데 일단 해외로 도피해서 '기소 중지 상태'니까, 지급을 중단할 근거가 없다는 겁니다. 다시 말해 '연금법'으로만 보면 '수급 대상자'가 되는 거죠.
비난이 일자, 국방부가 뒤늦은 개정안을 내놨습니다. 수사를 피할 목적으로 도피했을 때는 연금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요. '절반으로 줄인다?', 다시 말해 나머지 절반은 계속 받을 수 있다는 말, 맞지요? 수사를 피할 목적으로 도피했을 경우에는 지급을 일시 정지했다가, 유무죄가 확정되면 그때 밀린 연금을 줘도 되는 걸 텐데 말이지요. 그럼 연금을 받기 위해서라도 돌아오지 않을까요.
물론 평생 나라를 지킨 군인에 대한 정부의 지원과 예우는 각별해야 합니다. 하지만 군인이었다는 이유만으로 범죄자들의 연금까지 국민의 혈세로 채워주는 건 말이 안 됩니다. 연금이라고 하는 건, 최소한 국가를 위해 헌신한 군인에게 주어지는 거잖아요. 다른 사람도 아닌, 군인의 명예가 달려있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