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부에게 계부로부터의 성폭행 피해를 호소하다 의붓아버지에게 살해당한 여중생의 친모가 남편(피해 여학생의 계부)의 범행을 공모·방조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광주 동부경찰서는 30일 A양(12)을 숨지게 해 유기한 혐의(살인 및 사체유기)로 A양의 계부인 김모씨(31)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친모 유모씨(39)를 긴급체포했다.
김씨는 지난 27일 오후 5시께 전남 목포시와 무안군 경계로 추정되는 농로에서 의붓딸 A양을 목 졸라 살해한 뒤 다음날 오전 5시30분께 광주 동구 한 저수지에 유기한 혐의다. 유씨는 이를 공모·방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김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친부에게 알린 A양을 불러 이같은 일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A양의 친부는 지난 9일 경찰에 김씨를 수사의뢰했으며 유씨로부터 신고 사실을 전해들은 김씨가 '의붓딸을 죽이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조사됐다.
유씨는 사건 당일 목포역 주변에서 공중전화로 친부와 목포에 거주하던 A양을 불렀다. 그리고 A양이 오기 전에 마트에서 청테이프, 노끈, 마대자루 등 범행도구를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가 차를 운전했고 조수석에는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13개월된 아들이, 뒷좌석에는 유씨와 A양이 앉은 것으로 전해졌다. 범행장소에 도착하고 나서 부부는 자리를 바꿨고 김씨가 뒷좌석에서 A양을 목졸라 살해했다. 유씨는 몇 번 말리다가 방치한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부부는 A양의 시신을 싣고 광주 북구 집으로 돌아왔고 이후 김씨 혼자서 동이 틀 때까지 유기장소를 찾아다녔다. 경북 문경의 한 저수지까지 다녀온 김씨는 28일 오전 5시께 광주 동구 너릿재터널 인근 저수지에 A양 시신을 유기했다. 이후 부부는 다시 유기장소를 찾아와 주변을 둘러본 것으로 전해졌다.
저수지에 버려진 A양 시신은 반나절 만에 부근을 지나던 행인에 발견됐다. 김씨는 소지품으로 A양 신원을 확인한 경찰이 연락해오자 집 근처 경찰 지구대를 찾아가 자수했다.
유씨는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유씨가 성폭행 신고 사실을 인지했고 김씨의 부탁을 받고 공중전화로 A양을 불러낸 점, 살해 당시 차량에 함께 있었고 유기 뒤 저수지를 찾았던 점으로 미뤄 공모한 것으
한편 이번 사건과 별개로 김씨의 A양 성폭행 의혹은 목포경찰서에서 광주경찰청으로 이첩돼 수사가 진행 중이었다. A양이 가해자로 지목한 김씨로부터 살해당하면서 경찰의 대처가 빨랐다면 살인을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광주 = 박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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