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역 인근 노래방 화장실에서 한 여성이 일면식도 없는 남성에게 살해당한 강남역 살인사건이 내일(17일)로 3주기를 맞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한국사회에 만연해 있던 여성 대상 폭력과 혐오 문제가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올라왔습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도 여성을 향한 폭력은 여전하고, 그에 따른 불안은 계속된다고 여성들은 입을 모읍니다.
지난해 통계청 사회조사를 보면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불안 요인으로 남성들은 '국가 안보'(20.9%)를 꼽은 데 반해 여성은 '범죄 발생'(26.1%)을 가장 많이 선택했습니다. '범죄 발생'을 불안 요인으로 답한 남성은 15.0%에 그쳤습니다.
그보다 앞서 나온 통계청의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전반적인 사회 안전 수준에 대해 응답 여성의 50.9%가 '불안'하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범죄 발생'에 불안감을 표출한 여성 비율은 73.3%에 달했습니다.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7년 여성을 상대로 한 살인, 강도, 방화, 성폭력 등 흉악 강력범죄는 3만 490건으로 1년 전보다 10.7% 증가했습니다. 이같은 강력범죄로만 한정해 보면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는 남성 대상 범죄보다 10배나 많습니다. 2017년의 경우 남성이 피해자인 흉악범죄는 3천 447건이었습니다.
회사원 29살 김 모 씨는 오늘(16일) "(강남역 살인사건과) 비슷한 일이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밤시간 약속장소에서 화장실을 갈 때면 나도 모르게 경계하게 된다"며 "무슨 일이 일어났을 때 저항할 수 있을까 두렵고 무기력하기도 하다"고 토로했습니다.
최근에는 연예인들의 불법 촬영물이 공유된 단체 대화방이 문제가 되면서 여성들 사이에서 디지털 성범죄 불안까지 가중하는 모습입니다.
35살 김 모 씨는 "연예인들마저 도덕의식 없이 몰카를 찍고 공유하는 것을 보며 공포가 확산한 것 같다"며 "몰카는 여성들이 피하거나 조심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사회가 나서 단속하고 처벌해 없애야 할 대상"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나영 중앙대 교수는 "그동안 이름 붙여지지 않았던 여성들의 불편한 경험들이 강남역 살인사건을 계기로 문제화됐고 일부는 범죄화됐다"면서도 "여전히 일부 여성들과 가해자 남성들만의 문제라는 의식이 존재하는 것은 한계"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교수는 "남성들을 모두 가해자로 여기는 것은 여성에 대한 폭력을 사회 구조적 차원으로 문제화하기보다는 감정에 의한 단순한 분노 표출로 해석될 수 있어 경계해야 한다"며 "일상에서 여성과 비슷한 문제를 고민하는 남성들이 적지 않은 만큼 우리 사회가 더 나아질 여지는 있다"고 말했습니다.
경찰청은 강남역 살인사건 3주기를 맞아 지난 13일부터 한 달간 여성 불안환경 점검 및 개선에 나섰습니다.
경찰은 심야시간대 귀가하는 여성들이 주로 이용하는 범죄 취약 공간 2천 875곳을 여성안심 귀갓길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습니다.
각 경찰서 범죄예방진단팀은 귀갓길 조도와 CCTV 설치 여부 등을 조사한 뒤 지방자치단체와 협업을 통해 취약 요소 환경개선에 나섭니다. 범죄 취약지점 개선을 위해 자체 예산 4억 8천만 원도
'섬마을 성폭행'과 같은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해 교사나 보건인력 등 여성 혼자 근무하는 도서지역에 주민 신고요원을 지정하는 등 안전망 구축 작업도 벌이고 있습니다.
여성가족부도 지역 관할 경찰관서 등과 협업해 지난달부터 이번달 말까지 60일간 각종 불법 영상 촬영물 유포와 불법정보 유통을 집중 단속을 펴고 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