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소방관' 하면 저렇게 화재 진압만 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업무는 상상외로 넓습니다. 구조와 응급의료는 물론 여름엔 벌집 제거해야죠, 겨울엔 고드름 제거해야죠, 애완동물도 구조하고, 야생동물도 구조하고…. 여기에 잡다한 민원 업무도 다 이들의 몫입니다. 그러다 보니 구급 신고가 남발됐고, 이걸 막기 위해 비응급환자는 이송을 거절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주취자나 단순 타박상 같은 비응급환자의 이송은 최근 몇 년 사이 확 줄었습니다.
그런데 그럼에도, 여전히 구급 신고를 남발하는 곳이 있습니다. 그게 어디냐, 뜻밖에도 경찰서와 지구대입니다. 지구대에서 119로 신고가 들어와 새벽에 출동해 보면 '파스 좀 뿌려 달라', '소독 좀 해 달라'며 간단한 조치를 요구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하거든요. 경찰이 출동을 했다가 구급대를 부른 건데, 제대로 된 확인과 판단 없이 신고부터 하니 소방대원들은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죠.
경찰 쪽에서도 할 말은 있습니다. 응급상황에 대한 판단은 전문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혹 구급요원을 부르지 않았다가 나중에 큰일이라도 발생하면 어쩌냐는 겁니다. 그래서 주취자라도 일단 쓰러진 사람이니,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대응을 한다는 거죠.
이렇듯 소방과 경찰의 대응 체계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면 머리를 맞대고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이런 곳에 우리를 부른다?', '이렇기 때문에 불러야 한다.'는 주장은 국민을 놓고 '서로 떠 미루는 격' 밖에는 되지 않거든요.
그렇지 않아도 수사권을 놓고 국가공무원인 검찰과 경찰의 미묘한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죠. 이게 정말 국민을 위한 싸움인지 당황스럽습니다. 마찬가지로 '출동'을 놓고 맞붙는 경찰과 소방의 충돌은 보는 국민 입장에서 참 불편합니다. 왜냐구요. '밥그릇 싸움'처럼 보이는 그 충돌 사이에는 시민, 우리 국민이 껴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