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면 순식간에 물이 불어나는 도심 하천에선 매년 수난 사고가 일어납니다.
이런 사고를 막으려고 하천에 비상 대피 사다리를 설치하도록 했는데, 현장 상황은 매우 열악합니다.
강세현 기자가 실태를 점검했습니다.
【 기자 】
지난해 여름 기습 폭우로 불어난 서울 우이천에서 고립됐던 여성이 구조되는 모습입니다.
지난해 5월에도 서울 정릉천에서 산책하던 60대 남성이 폭우로 불어난 물에 휩쓸려 숨졌습니다.
▶ 인터뷰 : 강종택 / 서울 제기동
- "(비가 오면) 낮은 데는 물에 잠겨서 사람이 다닐 수가 없죠. 상당히 위험해요."
이런 상황에 대비해 하천 산책로에는 높은 곳으로 피할 수 있는 비상 대피 사다리가 있습니다.
대피 사다리가 잘 설치돼 있는지 범람이 잦은 하천을 찾아가 봤습니다.
▶ 스탠딩 : 강세현 / 기자
- "지난해 60대 남성이 불어난 물에 숨졌던 하천입니다.산책로 옆으로 높은 벽이 이어지는데요. 하지만 이곳엔 5백 미터에 걸쳐 비상 대피 사다리가 없습니다."
다른 하천 역시 한참을 걸어도 사다리는 보이지 않고, 3백 미터를 지나 계단까지 가야 위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대피 사다리를 설치하도록 하는 의무 규정이 없다보니 그나마 있으면 다행, 설치 위치나 간격 등이 모두 제각각입니다.
▶ 인터뷰(☎) : 서울시 관계자
- "기준은 특별하게 있지 않아요. 필요한 곳에 설치할 뿐이지."
하천 위가 도로 등으로 막혀 있어 인명구조가 어려운 복개하천도 3백 미터에 걸쳐 사다리는 2개뿐이고, 직접 올라가 보니 탈출구가 쉽게 열리지도 않습니다.
문이 무거운데다 관리도 잘 안 돼 있고, 다른 곳은 환풍구 덮개를 뜯고 나와야 합니다.
▶ 인터뷰(☎) : 공하성 /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
- "비상 대피 사다리가 물이 급격히 불어나면 피난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현재보다 더 많이 확보해서 적재적소에…."
장마와 기습폭우를 앞두고 있는 지금, 현장 점검과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입니다.
MBN 뉴스 강세현입니다. [accent@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