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국가기관이 부당하게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을 과잉진압하면서 다수의 인권침해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제주 강정 해군기지 건설사건 조사 결과를 29일 발표했다.
진상조사위에 따르면 2007년 4월 26일 당시 마을회장이 해군기지를 유치하기로 결정하고 임시총회를 개최하면서 마을 내 갈등이 시작됐다. 자치규약인 향약에서 총회 소집공고와 안내방송을 하도록 규정했으나 지켜지지 않았다. 사실상 밀실 투표가 이뤄지면서 주민 1900여명 중 찬성 측 89명만 참석해 투표가 진행됐고 마을회장은 이를 공식화했다.
해군은 마을회장이 운영하는 민박집을 회의실로 사용하는 명목으로 매달 일정액을 지원하는 등 찬성측 주민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강정마을 주민들이 6월 17일 임시총회를 다시 열어 찬반투표를 진행하기로 했다. 경찰은 투표 과정에서 불법행위를 막기 위해 투표장 주변에 340명을 배치했다. 제주해군기지 사업추진위 측이 투표함을 탈취하는 일이 발생했고 찬반 양측의 물리적 충돌이 일어났지만 경찰은 이를 방관했다. 다시 8월 20일에 투표가 예정됐지만 해군은 주민들에게 투표 불참을 독려하는 전화를 돌렸다. 투표 당일에는 노인회 소속 노인 100여명을 해군 버스에 태워 관광을 시킨 뒤 투표 종료 이후 귀가하게 했다.
제주도와 제주도의회는 환경영향평가, 절대보전지역 해제 등에서 절차적인 문제가 제기됐음에도 기지 건설을 강행했다.
해군기지 건설이 확정된 이후에도 주민들의 반대가 계속되자 2009년 7월 국정원, 해군, 경찰, 제주도 관계자는 대책회의를 열고 반대 주민에 대한 법적 대응 방침을 결정했다. 특히 경찰은 2010년 1월 해군기지 기공식 이후 강경 대응 방침을 세우고 채증활동을 강화했다. 2년간 경찰 약 2만명을 동원해 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과 활동가 697
진상조사위는 주민 의사를 무시하고 사업을 강행한 점에 대해 정부의 사과를 촉구했다. 또 해군,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부당 행위에 대한 진상조사와 부당 개입행위의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경찰청에는 인권침해 행위에 대한 공식적 의견 발표와 채증활동 규칙 개정을 권고했다.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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